[영화◀◀리와인드] ‘좋아해줘’, 지금보다 더 맛있을 수도 있었다

2016-02-04     김재범 기자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러브 액츄얼리’가 아마도 대표적일 것이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멜로 영화가 트렌드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다중 플롯’이다. 하나의 인물과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여러 인물이 만들어 내는 복합 스토리가 색다름을 전한다. 이런 방식은 ‘왜’라는 질문보단 ‘그리고’란 다음 단계를 추측하게 만든다. 그 추측이 바로 흥미이며 관심이고 재미이다. 그래서 ‘다중 플롯’의 강점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덜어내고 몰입도를 높이는 의외성을 가진다.

하지만 의외로 약점도 분명하다. 배분율이다. 스토리 자체에 힘을 실어야 하는 지점이 분산된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크다. 스토리 전체가 가벼워지니 영화 자체가 스타일에 치중하는 면이 강하다. 그리고 극중 출연자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강박증이 곳곳에서 보여 지게 된다. 물론 이 지점도 연출의 유려함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영화 ‘좋아해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체로 이어진 세 커플의 사랑 얘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이 주는 연결의 차이점을 그린 ‘접속’(1997)과 ‘후아유’(2002)가 있었다. ‘좋아해줘’는 이 두 작품보단 조금은 가벼운 터치로 나간다. 스토리의 핵심은 만남이다. 하지만 시선은 매개체인 SNS가 아닌 사람에게 향해 있다. 이 방식이 ‘좋아해줘’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극중 등장하는 3커플들은 각자의 단점을 갖고 있다. 약점일 수도 있다. 한류스타 노진우(유아인)와 인기 방송작가 조경아(이미연)는 연상연하란 점과 함께 밝힐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위치는 상황적인 특수함이 따라오면서 묘한 트러블을 만들어 낸다. 사실 그 문제점이 특별하지는 않다. 어느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아플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 커플이 특별해 보이는 지점은 조금은 동떨어진 한류스타와 인기작가의 만남이란 점뿐이다. 캐릭터의 설정이 상황의 특별함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단 점이다. 다만 그 인물의 위치가 만들어 낸 갈등에 주목하면 이해도가 쉽다.

다른 한 커플은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직면한 뒤 한 지붕 동거에 들어간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셰프 정성찬(김주혁)이다. 상사의 사내 권력에 반발한 주란은 사직을 예고하며 호기롭게 사업을 준비한다. 성찬은 애인의 결혼 독촉에 빚을 내 전셋집을 알아본다. 집주인은 공교롭게도 주란. 하지만 곧이어 주란은 사업 자금을 사기 당하고 망연자실한다. 성찬은 애인에게 결별을 통보 받는다. 두 사람 모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이후 주란은 성찬의 전셋집에 세입자로 들어가게 된다. 자신 소유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가 웃지 못할 사건 하나로 역전된 상황이다. 상황의 역전 속에 두 사람의 관계가 묘한 파열음을 만들어 낸다.

나머지 한 커플은 드라마 PD 장나연(이솜)과 작곡가 이수호(강하늘)다. 나연은 드라마 작가 경아의 심술에 하루하루가 곤욕이다. 연애는 둘째다. 숨을 돌릴 여유가 필요했다. 그가 단골로 다니던 가게 셰프 성찬을 통해 수호를 알게 됐다. 수호의 매너가 눈에 들어온다. 수호 역시 자신에겐 없는 나연의 솔직함이 맘에 들어온다. 하지만 수호는 들을 수 없다. 나연은 모든 것을 듣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이 조금씩 엇나가고 빈틈을 보인다. 하지만 그 빈틈이 오히려 사랑의 풋풋함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좋아해줘’ 속 3커플은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점을 갖고 출발한다. 위치가 갖는 문제와 상황이 갖는 문제 그리고 신체적 결함이 갖는 문제 등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물론 각각의 케이스가 사랑의 색다름을 전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유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결정은 자신의 몫이란 점이다. 어떤 과정과 어떤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진심은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이 ‘좋아해줘’가 가진 세 커플의 단점을 덮는 장점인 셈이다.

캐릭터가 가진 극중 단점이 바로 전체적인 스토리의 맛을 살리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장치인 셈이다. 세 커플의 결말에 각자의 입에서 머금어지는 웃음은 꽤 짜릿한 납득의 선물로 작용될 것이다.

하지만 ‘좋아해줘’가 가진 전체적인 약점도 분명하다. SNS를 매개체로 연결된 이들 세 커플의 상황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 다소 묻히는 모양새다. SNS의 ‘좋아해줘’를 대책 없이 누르다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기본 콘셉트는 휘발성 강한 개념으로 날라가 버린다. 캐릭터가 콘셉트를 덮어버린 느낌이다.

‘접속’의 PC통신이 보여 준 설레임과 ‘후아유’가 그려낸 익명성의 궁금증이 조금이라도 녹아들었다면 ‘좋아해줘’는 어떤 맛이었을까.

매개체의 성격을 따라간 성향일까. 전화 모뎀을 통해 이어지는 시간의 설레임이 강했던 PC통신 추억. 인터넷 채팅이 가졌던 상대방에 대한 상상의 파도. ‘좋아해줘’는 SNS가 가진 인스턴트의 특성만을 끌어낸 느낌이 강하다.

캐릭터 설정이 주는 맛이 꽤 강하다. 전체 스토리 콘셉트가 줄 수 있었던 스타일의 맛은 더욱 진할 듯 했다. 하지만 그 지점이 향기로만 남은 것 같다. 결과적으로 캐릭터와 스토리 스타일 세 마리의 토끼를 처음부터 출발시킨 것 같다. 최소한 한 마리 정도는 후보로 대기시켜도 됐을 듯 했다. 개봉은 오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