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와인드] ‘검사외전’, 사기의 마력을 제대로 짚어낸 장르적 마술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사기극의 전형은 이미 수 없이 스크린을 장식한 동어 반복이다. 새로울 것도 없다. 새로울 것이 없기에 매력도는 그만큼 떨어진다. 그 매력을 찾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스토리에 여러 장치를 활용한다. 반전과 또 다른 반전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 분산. 여기에 각종 맥거핀(이른바 떡밥) 살포까지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사기극은 이미 들어봤고 알고 있을 법한 얘기를 어떻게 더 사기를 치느냐에 따라 관객 반응 온도를 끌어 올리고 끌어 내리고일 뿐이다. 다시 말해 사기극은 수없이 반복된 동어이지만 그 만큼 이어지는 이유가 그 속에 숨은 진짜 힘을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고도 당한다는 사기극의 힘이 그래서 영화나 현실에서 양립되는 것이고 관객들은 보고 또 보며 열광한다.
‘검사외전’이란 영화는 본전을 생각나게 하는 얘기다. 영화를 본 뒤 관객들이 느끼는 본전이 아니다. 거짓이 진짜가 되고 진짜가 거짓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뒤틀린 사회 구조 속 ‘외인’들의 얘기를 그린다. ‘본전’은 중심에 선 채 시류에 편승한 인물들이다. 반면 ‘외전’은 그 본전을 거부하고 진짜의 힘을 믿는 외인들이다. 우리가 외인이 될지 본전의 중심을 쫓는 ‘개’가 될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달리면 된다. 본전이란 중심으로 갈지 그 주변을 떠도는 패배자(물론 본전의 세상의 말하는)가 될지는 말이다.
‘검사외전’의 묘미는 통쾌함이다. 사기극의 방책인 결론적으로 통쾌함이 해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통쾌함은 그 태생부터 다르다. 권력 중심의 부조리를 부셔버리는 힘의 핵심이 아이러니하게도 법이 말하는 악이다. 권력이 법이 되고 법이 정의인 세상에서 그 법의 중심을 파괴하는 핵심이 악이다. 하지만 ‘검사외전’ 속 두 개념의 의미는 정 반대다. 현실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권력이자 법이고 정의는 악이다. 또한 그 권력과 법 그리고 정의가 말하는 악은 정의로 숨을 쉰다.
권력을 권리로 착각한 폭력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살인 누명을 쓰고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신의 동앗줄이라 믿은 부장 검사 우종길(이성민)은 변재욱을 버린다. 모든 사건의 과정과 배경을 깨닫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정하기 싫었던 그것을 인정하기까지의 시간이다. 재욱은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 도구는 사기 전과 10범의 꽃미남 한치원(강동원)이다. 교도소란 단절의 벽을 사이에 두고 재욱과 치원의 ‘이원 작전’은 기묘한 호흡을 쌓아간다.
재욱의 몰락은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욱 스스로가 본전의 중심을 파악하지 못한 패착의 증거다. 극중 종길 역시 재욱에게 경고한다. 자신이 준 기회를 잡지 않았던 것이 바로 지금의 결과물이라고. 사실 문제가 재욱의 선택 하나로 압축된다면 ‘검사외전’의 스토리는 상당히 복잡다단한 감정극으로 흘러갈 양상이 크다. 힘이 갖는 생리와 그 생리 속에 숨을 쉬고 기생하는 이른바 ‘권력충’(蟲) 말살 작전은 스릴러를 넘어 상당한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계획성을 드러내야 한다. 최근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킨 ‘내부자들’을 떠올릴 법하다.
‘검사외전’은 이 지점에서 의외의 단순성을 택한다. 바로 버디물의 외피다. 입에 쏟아내는 말 한 마디 단어 하나가 모두 거짓인 사기꾼 치원과 반대로 모든 것이 진실이어야 하는 검사 재욱의 결합은 성질의 극단을 달리는 두 캐릭터의 양면성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인물의 조합이다. 교도소를 사이에 두고 동떨어져 있지만 치원과 재욱은 하나의 인물이고 하나의 움직임이다.
권력의 생리에 맞섰다가 무너진 재욱과 권력의 실체를 알고도 간단한 사기 전략으로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치원의 양동작전은 카타르시스의 통쾌함을 전한다. 굴복을 강요하는 권력 앞에서 치원은 더욱 대담해진다. 그들을 농락하고 희롱할수록 유머의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치원의 행동과 재욱의 생각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 복수의 과정은 반대로 권력이 가진 허영의 약점을 꼬집는다. 권력이 칼을 갈고 더욱 분노의 게이지를 올릴수록 사기의 대담성도 올라간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동기와 목표가 다른 두 인물이 하나의 캐릭터로 묶이는 과정의 흥미로움이 영화적 재미와 긴장감 그리고 흥미로움을 보장한다.
이 같은 ‘검사외전’의 힘은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 폭발한다. 권력의 약점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재욱은 모든 것을 뒤집을 마지막 한 판의 틈을 노린다. 그리고 그 틈이 찰나의 순간으로 다가왔을 때 재욱과 치원은 놓치지 않고 낚아챈다. 기존 영화 속 법정 장면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황정민과 강동원 그리고 이성민이란 배우 세 명이 한 화면에서 호흡과 부딪치는 영화적 발상 하나 만으로도 이 장면은 ‘검사외전’의 백미다.
황정민과 강동원은 분명 다른 느낌을 가진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 두 배우가 한 화면에서 호흡하는 장면 하나 만으로도 ‘검사외전’의 장르적 쾌감은 분명하다.
체감의 법칙으로 따지자면 무게감을 덜어낸 ‘베테랑’ 버전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속도감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이미 수 없이 봐온 권력의 민낯과 복수의 통렬함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또 다시 통쾌하다. 사기의 묘미는 그래서 마력적이다. 그 중심에 황정민과 강동원 그리고 이성민이 있다.
이건 스토리적으로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본전’이다. 재미의 무게감으로만 따지면 ‘검사외전’이 아닌 ‘검사본전’이 더 어울릴 정도다. 개봉은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