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낭만시인 '시 낭송 하나에 키스 한번'

[책속의 지식]<여자와 책> 슈테판 볼만 지음 | 유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2016-01-27     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독일 출신의 프리드리히 고틀리프 클롭슈토크는 여성들의 시인이었다. 그는 여성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시를 통해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남자였다. 1750년에서 1790년경에는 화창한 날 야외에서 클롬슈토크의 작품을 함께 읽는 것이 연인관계로 들어가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졌다. 그의 작품을 읽는 행위가 수많은 커플을 탄생시켰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기숙학교에서였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1750년에 젊은 여성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시를 낭송해준 다음 그 대가로 여성들에게 돌아가면서 키스를 한 번씩 ‘징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시 낭송회는 여성들 사이에서 로맨틱한 문학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모임 초기에 자신의 <메시아>라는 작품을 낭송했다. 그는 사촌 마리를 흠모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렸다. 모임에서 그는 자신의 불행한 사랑을 표현한 부분을 낭송했다. 낭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중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눈물을 펑펑 쏟은 것은 "시인의 문장이 그들의 마음에 가닿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문학은 "감정을 유발하는 매체"가 된 것이다.

이런 광경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것이었다. 클롬슈토크가 1750년에 만들어낸 유행이 바로 현대의 시 낭송회다. 예나 지금이나 낭송회의 백미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목소리를 선사하는 것. 작가의 목소리로 작품을 들으면 독자들은 독서를 하면서 작가의 음성이 울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클롬슈토크는 작가 낭송회를 직업적인 행사로 만들었다. 낭송회를 제도화했고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배우나 클롬슈토크에게 훈련 받은 김나지움 학생이 텍스트를 낭독했다. 그러는 동안 클롬슈토크는 눈물과 키스세례를 받았고 입장료도 받았다. 이것은 그가 생애 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클롬슈토크가 낭송회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사람들도 수익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독서는 시간을 잊게 하고, 감정을 솟구치게 하며 신체적으로 서로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독서는 감정을 해방하는 수단"이었던 셈. 이처럼 문학 독서는 ‘여성들에게 목소리와 사회적 지위를 선사’해 주었다. ‘책에 미친 여자들의 세계사’를 들려주는 <여자와 책>(알에이치코리아. 2015)에 나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