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염한 재즈와 화끈한 위트, 그리고 풍자..뮤지컬 ‘시카고’
[뮤지컬◀◀리와인드] 브로드웨이 7835회 공연 대작..이야기는 차치하고 눈을 감고 재즈만 감상해도 좋을 뮤지컬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브로드웨이 7835회 공연, 전 세계 34개국 475개 도시 2만 7100회 공연, 2900만명 관객 동원 등 뮤지컬 ‘시카고’의 40년 역사를 숫자로 읊는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재즈와 블루스로 버무려진 넘버가 관객들의 입에서 맴돈다. 그 만큼 대중의 정서와 취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걸출한 세계적 그룹 아바에 의해 이미 형성된 친근감으로 대중에게 접근한다. 시카고는 공연 그 자체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무대 구성만 봐도 알겠지만 시카고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튜바, 트럼펫 등의 미국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는 악기로 편성된 밴드다. 무대 정중앙에 배치된 14명의 밴드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22개 넘버를 연주한다. 주연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의 섬세하고 요염한 안무는 모두 이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짜인 동선에서만 움직인다.
정중앙에 계단형으로 위치해 제2의 배우 역할을 하며 극에 참여하기도 한다. 지휘자가 익살맞게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과 막간에 연주되는 밴드의 애드리브는 뮤지컬 시카고만 갖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음악은 시카고의 주무기다. 전막을 통과하는 큰 틀의 이야기만 있을 뿐 플롯이 중요하지 않은 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래서 음악은 걸출하다. 벨마켈리(최정원)가 부르는 첫 넘버 ‘올댓재즈(All That Jazz)’는 농염하다. 록시하트(아이비)의 ‘퍼니하니(Funny Honey)’는 위트있다. 6명 죄수들이 부르는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는 화끈하다. 록시하트의 남자들을 이야기하는 ‘록시(Roxie)’는 아찔하고 은밀하다.
이야기는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던 1920년대 시카고에서 벌어진다.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이라는 키워드는 시카고를 관통하는 주제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게 작품 속 현실이다. 시가, 권총, 살인, 재즈 그리고 애교 가득한 여성은 1920년대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애교 가득한 여성의 권총 살인, 록시하트다.
록시하트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하는 동안 벨마는 관객들에게 올댓재즈의 진수를 보여준다. 록시는 남편 에이모스에게 프레드가 강도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순진한 에이모스는 록시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다. 그러나 경찰은 록시와 강도가 잘 아는 사이였음을 알린다. 화가난 에이모스는 록시에게 죄값을 치르도록 한다.
여죄수들이 수용되어 있는 쿡 카운티 교소도에 보내진 록시. 이 곳에서 교도소 간수 마마를 만나 시카고 최고 변호사 빌리 폴린(이종혁)을 알게 된다. 빌리 폴린은 5000달러를 받기로 하고 록시를 스타로 만든다. 거짓말로 만들어진 유명세는 록시를 스타로 만들 뿐 아니라 쿨 카운티 교도소에서 꺼내 줄 유일한 열쇠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록시에게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빌리는 돈에 의해 움직이는 타락한 세상이다. 록시와 벨마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쓸쓸히 남겨진 후에야 세상의 타락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은 스스로의 열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뮤지컬 시카고는 타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세상의 타락을 격렬하게 비판한다. 과감한 묘사를 통해 20년 대 당시 미국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 미 형법 제도의 모순과 남성중심이 도덕관, 황금만능주의, 편향된 시각에 거침없이 일침을 가한다.
이야기는 차치하고 눈을 감고 재즈만 감상해도 좋을 뮤지컬 시카고는 오는 2월 6일까지 서울 구로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