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기관 개인신용 조회 기록 없앤다..시행령 독소조항 '빅브라더' 논란
금융위, 기관 개인신용정보 조회기록 삭제 시행령 개정 추진..전문가들 "사생활 침해, 빅브라더 수순 밟기"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개인신용정보를 들여다 본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돼 ‘빅브라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종합신용정정보집중기관 설립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정보조회와 자료제공 가능성으로 빚어진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지금은 기업과 국가기관의 개인신용정보 조회이력이 남아 개인이 모두 확인할 수 있다.
19일 금융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0일 입법예고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는 개인정보보호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국기기관·지자체가 신용정보 조회해도 개인은 확인할 수 없다면
개정안은 다른 법령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에 신용정보를 제공한 경우는 (신용정보) 조회시스템 상 조회 대상 정보에서 제외토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월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올해 1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을 살펴본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빅브라더' 사회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빅브라더'란 정보 독점으로 국가기관과 권력자들이 사회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이 시행령 모법인 신용정보보호법 입법 과정에 참여했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한국금융정보학회장)는 "정보보호를 위해 만든 모법을 위반한 시행령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 후 해당 시행령이 추진되기도 전에 갑자기 국가 편의를 봐주기 위한 시행령이 또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 의 핵심은 공권력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번 안은 국가가 조회기록을 남기지 않고 개인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첫 발을 뗀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청한 다른 대학 한 교수도 "금융위의 일처리 관행을 봤을때 빅브라더 논란이 불보듯 뻔한 시행령을 어수선한 시기를 틈타 끼어넣은 이번 행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 "정보 열람사실 사후 통지하기에 '빅브라더'와 무관"
법률전문가도 개인정보보호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백주선 변호사는 “범죄수사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개인신용정보를 열람할때 조차 반드시 조회 이력을 남겨 권력남용을 막아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번 개정령은 사실상 국가기관이 사찰을 해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하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종 법령에 따라 국가 등에 자료를 제공할때 신용정보 조회대상서 제외해 조회 전산시스템 구축과 운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는 "개인이 조회만 할 수 없을 뿐 국가기관이 신용정보열람시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해 '빅브라더'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통지 전까지 개인은 방어권 행사 불가능..통제수단 악용 가능성 열려”
이같은 금융위 해명에도 전문가들의 비판은 거세다. 전성인 교수는 "통지와 조회권은 다른 개념"이라며 "사후 통지 기간이 180일이고 그 사이 본인의 신용정보 이력을 조회할 수 없으면 개인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주선 변호사도 "정책적인 차원이 아닌 기술적 문제로 개인의 정보보호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설사 비용이 든다 해도 정부의 개인정보 열람이력을 남기는 시스템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청한 한 금융권 신용정보 전문가는 "신용정보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가 비식별 정보 규제완화와 맞물려 빅브라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가 지하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수확보를 위해 유사한 방안을 여러 방식으로 시도했다”며 “세수확보를 넘어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세력에 대해 정부가 통제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 논리라면 기업도 신용정보조회 후 통지만 하고 조회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어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