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천국이 된 나우루 섬의 비극
<지구의 밥상> 구정은 외 5인 지음 | 강윤중 사진 | 글항아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너무 많은 음식을 만들어 상당량을 버리고, 어디서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음식을 배가 터지게 먹고는 병원에 가고 심지어 죽기도 하는 게 미국의 음식 문화인 것 같아요.” (p.65)
미국에서 텃밭을 가꾸는 질리라는 여성이 한 말이다. 그녀는 20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이다. 두 아들에게 정크 푸드를 먹이고 싶지 않아 마당의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키운다. 그녀의 냉장고는 자신이 재배한 야채로 채워져 있다.
반면 채소를 파는 가게도 거의 없고 캔 음식과 정크푸드만 먹는 나라가 있다. 바로 적도 바로 아래에 있는 ‘나우루’다. 이곳은 총면적이 21제곱킬로미터에 총인구는 9500명 정도의 작은 섬나라다. 과거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인산염이 매장되어 있어 온 국민이 매우 부유한 생활을 했다. 현재는 100년 가까이 계속된 채굴로 인산염이 고갈되었다. 국가 경제는 붕괴되었고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나우루가 정크푸드의 섬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산 인스턴트식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전통 먹거리 시장이 몰락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어업은 무너졌다. 이곳 사람들은 더 이상 물고기를 잡거나 채소를 키우지 않는다. 국민 중 90퍼센트는 비만과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다. 성인의 대부분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아이들은 초콜릿과 사탕으로 끼니를 때운다. 어른들은 눈을 뜨자마자 비스킷과 햄을 먹는다. 나우루의 슈퍼마켓에는 통조림만 즐비하다. 가공하지 않은 야채와 과일도 팔기는 한다.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삶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나우루의 현재 상황이 지구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먹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지구의 밥상>(글항아리. 2016)은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이다.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10개국을 탐사한 결과물이다. 각 나라의 밥상을 통해 현재 세계에서 결핍되어 있는 것과 넘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책에는 앞의 글에서 소개한 나우루부터 쿠바와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식탁 풍경이 담겨 있다. 로컬 푸드가 없는 두바이와 통조림 음식만 먹는 미국의 식품사막 지역들, 원전 사고 지역을 돕기 위해 후쿠시마산 채소를 구입하는 주부들의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우리의 밥상에 대해 한번쯤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