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김영하 "글쓰기는 나를 지키는 것...첫문장부터 쓰라"

<말하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2016-01-13     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우리는 왜 글을 쓸까?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글쓰기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가 산문집 <말하다>(문학동네. 2015)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압제자들은 글을 쓰는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굴복을 거부하는 자들이니까요.

글쓰기는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자신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중략) 글쓰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잊고 싶었던 과거를 생생하게 우리 앞으로 데려다놓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자기의 과거라는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열어젖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왜 필요할까요? 그냥 묻어두면 안 되는 것일까요? 꼭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일까요?

글은 한 글자씩 씁니다. 제아무리 빠른 사람도 글자 열 개를 한꺼번에 뿌릴 수 없습니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됩니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차례대로 쌓여야 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중요합니다.” (p.58)

김 작가에 따르면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다. 글을 씀으로써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직장이나 학교, 혹은 가정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겪었거나 현재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글쓰기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한 것은 여러분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