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은 점심이 당신의 유전자를 바꾼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 정경 옮김 | 김영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유전자는 고정적이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배웠던 생물학은 틀렸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는 헛소리라 생각할지 모른다. 멘델의 완두콩 실험을 통해 우리는 이미 유전 법칙을 배우지 않았던가. 유전자는 고정되어 바뀌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유전과 질병, 건강에 관한 혁신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김영사.2015)는 우리가 배웠던 멘델의 유전 법칙이 더는 고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유전적 유산은 부모님이 우리를 가지는 순간에 완전히 고정된다는 견해는 틀렸다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상식을 뒤엎는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든지 우리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가령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든지, 운동하고 있든, 여행하고 있든, 심지어 오늘 먹은 점심조차 우리 유전인자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우리 스스로 바꿔 다음 세대에는 좀 더 유익한 유전적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은 후성유전학적 견해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이를테면 여왕벌과 일벌의 경우다. 이 둘은 유전적으로 다를 거라는 짐작과 달리 완전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리학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유충 상태의 여왕벌이 훨씬 좋은 음식인 로열젤리를 먹기 때문이다. 단지 음식으로 유전자 발현에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바로 이런 후천적 환경 변화로 특정 유전자가 꺼지거나 켜지게 되는 원리가 후성유전학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벌이 가지고 있는 DNA 메틸절달효소다. 바로 이 효소의 발현 여부에 따라 꿀벌과 여왕벌로 나뉘는데 인간에게도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이 있다. 같은 관점으로 시금치를 예로 들어보자. 시금치의 베타인 성분은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우리 세포는 발암물질로 인해 일어나는 돌연변이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금치를 먹는 행위로도 우리 유전자 자체의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책은 이처럼 주어진 유전자보다 유전자의 발현에 주목한다.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물론 주어진 유전자에 의해 삶이 조형된다는 것을 부인하는 관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유전체가 마지막 염기서열까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도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현대 의학에 기반을 둬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몸에 맞는 음식과 운동, 의학적 치료의 선택으로 유전자들을 변화시켜 다음 세대에 변화된 유전적 유산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