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봄에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말하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 자신이라도 바꿔라, 저는 그것마저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쉽다면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p.22~p.23)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 독자들에게 소설가 김영하가 산문집 <말하다>(문학동네. 2015)에서 들려주는 말이다. 그는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되자고 제안한다. 상황을 비관하되 자신의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책에서 말하는 것과 다소 달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 와 닿는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낙관주의자로 살아가는 삶에 함정이 더 많다. 낙관주의는 모든 게 잘될 때는 괜찮지만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우울증 환자가 그렇게 많은 것은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한다는 것. 모두가 긍정적으로 활발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일 때, 거기서 자신만 뒤처진 것으로 보일 때 급격히 우울해 진다.
봄에 우울증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햇살은 따사롭고 뉴스에는 나들이를 나온 행복한 가족들 모습만 보인다. 나만 불행하다는 느낌이 우울로 끌고 들어간다.
새해 초, 새로운 목표와 꿈을 가지고 희망찬 새 출발을 한다. 이때 단순한 낙관주의자로 헛된 희망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허황된 것에 매달리지도 말자.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의미와 즐거움을 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