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순간 깨달아...”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최갑수 글 / 예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겨울철 선뜻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책이 있다. 여행 에세이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예담.2015)는 독자에게 ‘문장 사이’를 여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색다른 책이다.
이를테면 인생의 절반쯤에 섰을 때 느끼는 감정들을 책 속 명문장을 통해 삶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부분들이다.
“마흔이 지나면 온 세상이 오리가 지나간 자리의 물결처럼 되는 거야. 마흔이 지나면 인생은 원래 낭비하기 위해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88쪽,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이어 ‘사랑’에 관한 대목들도 마찬가지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 순간 잔잔하던 바다에 반짝거리는 고기 떼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베아트리스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순간 ‘영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254쪽,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재인용
다른 여행 에세이와 차별점은 ‘공백’의 존재다. 정보전달이나 저자의 철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사유의 틈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한 부두의 바에 앉아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배를 바라보며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의 한 구절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214쪽
여기에 감성적인 사진들의 조합은 읽는 맛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때론 읽는 이에 따라 사회적 통찰을 주는 문장도 소개한다.
“의사소통은 막장의 존재들에게도 애정을 심어놓는다.” -96쪽, 샨사 <바둑 두는 여자> 재인용
책은 저자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문장들을 뽑아 사진과 글, 시인적 시선을 더해 풍성함을 더한다. <사진제공=예담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