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당신의 글쓰기 수준, 어휘를 보면 알 수 있다

[책속의 지식] <갈등하는 번역> 윤영삼 글 / 글항아리

2016-01-04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글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글에 글쓴이의 지식과 가치관 그리고 대상에 대한 감정과 태도가 담겨서다. 몇 가지 단어만으로도 이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를 ‘가치편향 어휘’라고 한다. 다음 예문 세 가지를 살펴 비교해보자.

1a.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아마존의 아름다움을 자랑스러워하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브라질 사람은 살면서 열대우림이라고는 코빼기도 본 적이 없다.

2a. 갓 태어난 병아리는 ‘산란용 닭’이 되거나 ‘식용 닭’이 될 뿐이다. 다시 말해 병아리는 주구장창 계란만 낳는 운명이거나 아니면 먹히는 신세가 될 뿐이다.

3a.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이 선하다고 추정한다. 일반 남녀에게 외모가 매우 뛰어난 사람, 매우 못생긴 사람, 보통 정도로 생긴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러자 실험 대상자들은 외모가 매력적인 남녀에게 긍정적인 성격 특성들을 부여했다.

1a의 예문 중 비속어가 있다. 바로 ‘~코빼기도 본 적이 없다.’다. 대상을 낮잡아 볼 때 쓰는 말로 브라질 사람들이 자신의 아마존을 낮잡아 표현할리 없다. 2a의 ‘주구장창’도 속어다. 사자성어 주야장천(晝夜長川)에서 나온 것으로 ‘줄곧/계속해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대상을 낮춰보는 가치 편향이 담겼다. 독자들이 이런 글을 읽는다면 처음부터 뻔한 도덕적 편향을 보이는 진술로 글에 재미를 기대하지 않는다.

3a에서는 ‘매우 못생긴’이라는 어휘 선택이 문제다. 이는 글의 저자가 외모에 대해 매우 차별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독자들은 이 어휘를 읽는 순간, 저자가 객관적인 논증을 이끌어나갈 만한 자질이 있는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의심하기 시작한다.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은 <갈등하는 번역>(글항아리.2015)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대신 쓸 수 있는 어휘는 뭘까. 각각 이렇게 고칠 수 있다.

‘실제로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평생 알만 낳든가, 결국 잡아먹히든가 둘 중 하나가 된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 평범한 사람,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

때로는 가치 편향의 어휘가 메시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번역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어서다. 책은 번역가가 갖춰야 할 소양부터 유용한 팁까지 자세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