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작가는 울보..."저 붉은 전등이 너무 슬프잖니."

[책속에 이런일이?] <작가 이름, 박범신> 박상수 엮음 / 문학동네

2015-12-30     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소설가 박범신은 눈물이 많은 사내다. 그는 ‘평생 사랑과 눈물 사이에서 살고 썼다’. 그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다양하다. 노래 가사 때문에도 울고 제자의 소설 때문에도 울고 아무 교류가 없는 시인의 부음 때문에도 운다. 또 그의 눈물은 시도 때도 없다.

“어떤 날은 술을 마시다가 울었고, 또 어떤 날은 노래를 부르다가 울었고, 또 어느 날은 당신의 소설을 읽다가 울었다. 선생이 울 때마다 나는 번번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기만 했다. 딱히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은 까닭도 있었지만, 아아, 사실을 고백하자면, 그 순간 마치 선생이 내 연인이 된 것만 같아, 내가 상처 입힌 여자친구로 변한 것만 같아, 그 느낌이 스스로도 불경스러워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었다. 이 무슨 커밍아웃(?)과도 같은 분위기더냐, 의아해하겠지만, 모르겠다. 내가 선생의 눈물을 옆에서 보면서 느꼈던 심사들은 분명 그런 것이었다.

손대면 금세 툭, 하고 눈물을 떨굴 것만 같은 선생, 곁에 있던 사람들의 성적 정체성마저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선생의 눈물, 나는 그것이 선생의 진정성이고, 선생이 평생 견지해왔던 삶의 한 양식이라고 믿게 되었다.” (p.192)

박범신 작가의 제자이자 소설가인 이기호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박범신 작가의 문학 평생을 보여주는 '문학 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문학동네. 2015)에 나온다.

책에 따르면 이기호 소설가가 박 작가의 눈물을 처음 본 것은 술자리에서였다. 박 작가의 제자 여럿이 그의 용인 작업실에 모였을 때였다. 밤은 깊었고, 분위기도 꽤나 화기애애했다. 한데 그가 느닷없이, 아무런 예고나 징후도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모였던 제자들은 모두 당황했다. 그의 눈물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그가 이유를 말했다.

“저기…… 저 붉은 전등이 너무 슬프잖니……” (p.191)

그는 어두운 창에 비춘 붉은 갓을 씌운 전등을 보고 느닷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 쉰을 넘긴 중년 남자가 그것도 대학 교수가 풍경 하나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기이하고 생경한 풍경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감성적인 박범신은 천상 소설가가 아닌가 싶다. 열혈 팬이 아니어도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