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수형생활은 ‘나의 대학 시절’.. 신영복 교수의 담론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살아온 삶의 결론입니다. 나는 20년의 수형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깨달은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의 결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히 완고합니다. 그래서 공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가슴 뭉클한 위로가 됩니다. 위로일 뿐만 아니라 격려가 되고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p.1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이후 10년 만에 나온 신영복 교수의 신작 <담론>(돌베개. 2015)은 성공회대학 강의를 녹취한 원고를 저본으로 한다. 거의 25년간 대학 강의를 한 그는 2014년 겨울 학기에 마지막 강의를 했다. 물 흐르듯 담담하게 들려주는 ‘담론’에는 선생의 따뜻하면서도 강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전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마음’을, <강의>에서는 ‘동양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이번 책에서는 그 둘을 합쳤다고 할 수 있다. 동양고전 독법을 통해 고전을 현재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과제와 연결해서 강의한다. 또한 그가 겪은 소소한 일상들을 통해 동양고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시경>, <주역>, <논어>, <한비자> 등 동양고전을 텍스트로 선택한 이유는 동양고전이 갖고 있는 풍부한 사상들 때문이다. 그것들은 무엇보다 인간을 중심에 둔다. 여기서 동양 사상이 갖고 있는 조화와 균형감은 세계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그는 자신의 20년 수형생활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고 말한다. 그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나긴 수형생활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다. 독방에서의 사유는 철학이었고, 감옥은 사회학 교실, 역사학 교실, 그리고 인간학 교실이었다.
책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등장했던 많은 재소자들이 등장한다. 푸른 보리밭을 보며 살고 싶어 울음을 터뜨리던 사형수, 불우한 ‘비극의 주인공’ 나팔수, 물 섞인 피를 헌혈했다고 끝끝내 양심에 가책을 받던 재소자 등 다양한 인간들이다. “추억은 세월과 함께 서서히 잊혀 가다가 어느 날 문득 가슴 찌르는 아픔이 되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와 함께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