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내게 맞는 은행은?..은행은 이미 '출혈 경쟁'

계좌이동제 상품 봇물 시장은 차분..출혈경쟁 우려 속 소비자 냉랭

2015-09-30     김은성 기자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계좌이동제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은행들이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 계좌를 옮겨 오도록 은행이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은 수수료 면제, 금리인하와 같이 비슷한 것 밖에 없어서다. 

은행들이 내놓는 주거래 계좌 혜택은 비슷해 차별점이 없다. 유사한 혜택을 얼마나 많이 자주 주느냐에서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은행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비슷하다 보니 결국 제 살 깎아먹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멀리 보면 마케팅 비용이 대출이자 등에 반영돼 결국 직간접적으로 이용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은행마다 이름만 다를 뿐 주거래 우대 상품과 혜택 내용이 비슷하다”며 “혜택을 양적으로 늘리려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어 향후 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 모두 "은행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며 "이직, 이사, 새로운 대출 발생 등 특수한 상황을 제하고 계좌이동제에 따른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주거래 통장에 묶여 있는 급여 및 대출 계좌를 새 은행으로 옮겼을 때 발생하는 혜택이 기존에 받는 혜택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 간 지나친 경쟁은 은행과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길게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출혈경쟁이 심화하면 은행의 비용부담이 커져 결국 소비자들이 누리는 실질적인 효과가 줄어 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전략연구실장은 “수수료 등 은행 간 인센티브 경쟁보다는 이용자 중심의 관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나성호 연구위원은 주거래 이용자 우대 혜택을 높이는 실질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연구위원은 “수수료 인하 등 표피적 혜택보다 모바일에 익숙한 2030과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는 중년세대 등 이용자에 따른 특화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한 중견 기업에 다니는 박정훈(38)씨는 “주거래 은행에 대출통장과 급여통장이 묶여 있어 사용기간과 그에 따른 혜택을 감안하면 굳이 새 은행으로 갈아타야할 요인이 없다”며 “은행들이 출시한 금융상품도 비슷해 나중에 획기적인 상품이 나오면 그때 갈아타는 것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전략연구실장은 “당장 은행을 바꾸기 보다 추후 은행이 계속 출시할 상품을 비교 분석해 본인에게 꼭 필요한 상품이 나올 때 은행을 옮기는 게 낫다”며 “단편적 혜택에 급급해하기 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외부에서 선호하는 은행보다 은행을 이용하는 목적성과 편의성에 맞춰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며 “주 거래 은행을 바꾸고자 할때는 대출 등 종합적인 거래와 실익을 꼼꼼히 분석한 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좌이동제는 은행 이용자가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연계된 카드, 공과금, 자동이체 등이 일괄 이전되는 제도다. 금융업계에서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주거래 은행을 옮길 때 발생하는 불편함이 사라져 소비자를 빼앗기 위한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