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에 봉착한 행복주택, 보금자리주택 데자뷔?
대통령 공약사업 지지부진..지역 주민 반발과 현실성 떨어져
[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시행하려 했던 ‘행복주택’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과 집값 하락 우려가 겹쳐 행복주택을 지으려는 지역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이런 현상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반값 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 사업 실패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의 모순된 주택정책과 주민들의 부동산 욕망이 겹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 행복주택 사업, 난관 봉착 이유는
행복주택은 대통령 공약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저렴하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2017년까지 행복주택을 14만가구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107곳에서 약 6만4000가구를 짓기 위해 사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행복주택사업은 난항에 봉착했다. 행복주택을 지으려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탓이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 사업이 차질을 빚은 이유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이 도시 주변에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대주택이 내가 사는 지역에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님비'현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대표는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라는 특성 상 지역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해서 주변 집값이 하락하지 않은데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적 행정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정부의 행복주택의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가 주민들과 절차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든 것이 반발을 샀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 목동을 비롯해 노원 지역 주민들이 행복주택 설립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한 상황이다. 목동지구 주민들은 지정 해제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국토부는 양천구와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주민들은 계속 반대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주민들도 이달 중 지구지정 해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행복주택은 당초 취지와 달리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주택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행복주택 임대료는 서울시와 SH가 내놓은 청년 공급주택보다도 1.5~2배 높게 책정됐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대표는 “실제 행복주택이 소득 5분 1 이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가격은 그렇지 않다. 행복주택은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주변 시세로 가격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이어 “이 문제는 국토부가 가격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 다만 국토부는 행복주택을 저소득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라 보편적 주거복지 모델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더군다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다수가 지역 주민의 눈치 탓에 행복주택 사업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행복주택, 보금자리 주택 데자뷔?..결국은 흐지부지
행복주택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놓은 ‘보금자리 주택’과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다. MB정부 역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밀어 붙였다.
보금자리주택은 서울 외곽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짓는 임대 및 분양 아파트다. 보금자리주택은 행복주택과 달리 임대보다는 분양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이명박 정부 역시 보금자리주택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강남지역을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도 주민들의 반발 및 분양가 상승으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경실련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부장은 “애초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들어선 특성 때문에) 행복주택 사업보다 주민의 반발이 적었다”며 “하지만 이 사업 역시 결국 동력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반값 아파트라는 특성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일부 언론과 야당의 반대로 결국 1500가구만 공급되고 중단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