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비 비유’ 산케이신문 속내는? “감정적이지만 전략적 비난”
[화이트페이퍼=이현지 기자] 일본 극우 성향의 언론 산케이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을 ‘민비(명성왕후)’로 비유해 거센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정부의 대외노선을 전략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3일 열린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한다. 하지만 미국 등 서구 국가는 참석하지 않는다. 동맹국가인 미국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참석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 연구과 이종원 교수는 2일 “한국이 일본하고 멀어지면서 중국에 가까워가는 것에 대한 감정적이고 전략적인 비난”이라고 해석했다.
이종원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마 한국의 대외노선이 친중적인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며 “실제 마이니치신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우려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이종원 교수는 산케이가 박 대통령을 민비로 비유한 배경을 두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 타고 있는 한국정부의 대외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산케이가 박 대통령을 민비에 비유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감정적 불만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구한말 민비가 여러 대국에 의존하는 경향을 되풀이 했기 때문에 이를 넌저시 박 대통령에게 비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산케이신문의 활자화된 정식 신문에 게재된 기사가 아니고 인터넷에만 게재된 인터넷용 칼럼”이라며 “칼럼을 쓴 사람도 산케이 내부에서 우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아마 그 사람은 그런 칼럼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정면으로 외교문제화 하고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키워주는 성격이 있다”며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일본 우파들의 의도에 정면대응하는 것은 다소 소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31일 정치부 전문위원 노구치 히로유키의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민비'로 비유했다.
노구치 히로유키 전문위원은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식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사대주의를 일삼는 이유는 민족의 나쁜 유산 때문"이라며 "조선 말기, 청나라에서 일본, 일본에서 러시아로 사대국을 가볍게 바꾸어 간 DNA을 계승하는 한국의 훌륭한 '사대 방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에는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며 "민비가 일본과 외교 조약을 체결한 후 청군에 기대고 나중엔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다가 암살된다"고 힐난했다.
우리 정부는 산케이 신문의 칼럼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역사 왜곡과 역사 수정주의의 DNA를 갖고 과거사에 대하여 후안무치한 주장을 일삼는 일본내 특정 인사와 이와 관계되는 언론사의 터무니 없는 기사에 대해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우리 정부는 산케이 신문에 해당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산케이 측은 문제가 생긴 데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기사 삭제 요청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