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기관 졸속추진..빅브라더·강제이직 논란

공공기관 설립이 금융회사 정보유출 막을까..오늘 은행·야당·민변 국회서 입장발표

2015-08-17     김은성 기자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가 국회 합의를 무시하고 신용정보집중기관을 별도 설립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은행연합회 인력을 신설기관에 배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탓이다.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 시민단체, 야당은 신용정보집중기관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신용정보를 장악한 공공기관이 '빅브라더'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또 금융위의 일방적 인력이동 추진은 직업선택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

▲ 금융위 국회 합의 무시하고 별도 기관 설립..연합회 직원 이직 일방 발표

18일 금융위에 따르면 내년 3월 신설될 신용정보집중기관은 112명의 인력으로 꾸려진다. 은행연합회 직원 80명, 생ㆍ손보협회에서 25명, 신규 추가인력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각 금융협회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구다. 지난해 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태 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후 올해 2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심의를 통과할 때 정무위원회가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운영하도록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민간단체인 연합회가 하던 업무를 별도 설립된 국가기관이 맡으면 권력기구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부대의견을 놓고 금융위는 연합회 산하기관 별도 설립을, 연합회는 내부조직 설립으로 달리 해석해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기관이 신설되도 연합회 산하기관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산하기관은 법상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야 성립한다. 하지만 신설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지분을 확보할 방법도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다. 제3의 공공기관으로 사실상 금융위 산하 기관이 될 것이라는 게 연합회 입장이다.

강제 인력 이동도 논란이다. 기업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금융위가 연합회 직원의 직장을 강제로 옮기게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연합회 직원 170명 가운데 금융위 계획대로 80명을 이동시키면 조직이 반토막 난다. 신설기관 구성에 연합회 출신이 많은 이유는 연합회가 30년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역할을 맡아온 탓이다. 

연합회는 "인력 이동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 개인 신용정보 사찰하는 국정원 될라" VS 금융위 "반대를 위한 반대"

정보를 움켜쥔 세력이 시민을 감시하는 '빅브라더' 논란도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신용정보 전문가는 "세계적으로도 견제받지 않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곳은 없다"며 “신설기관이 설립되면 견제할 곳이 없는 권력기구가 돼 금융위가 개인 신용정보를 사찰하는 국정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금융위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한 비식별 정보를 개인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새정치연합)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법을 개정했는데 금융위 행태는 법안취지와 국회합의를 어긴 정반대 행보"라며 "야당차원에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 전문가들은 개별 협회가 관리하는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으면 해킹의 집중공략 대상이 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감독소홀로 생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연합회 조직개편으로 몰고가는 건 책임전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회는 지난 1985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지정된 후 한 건의 정보유출 사고도 없었다.

정용실 금융노조 은행연합회지부 위원장은 "30년간 무사고로 운영한 멀쩡한 조직을 해체 후 다시 공공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신용기관 개편에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성 제고인만큼 원점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합회 직원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합회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조건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최대한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빅브라더 우려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