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열풍 2030세대, 마이너스 통장 빚내 주식투자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투자자 예탁금·주식 담보대출 사상 최대..주식시장 활황
서울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동환(가명 33)씨는 지난 5월 1000만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급전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2년전 가입한 연 3%대 정기예금 금리가 올해 초 1%대로 떨어진 뒤 고심 끝에 결심한 것이다. 그는 “2%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기예금만 믿고 있을 수 없었다"며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3%여서 주가 수익률을 감안하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어서 주식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가제한폭이 확대된 것도 그를 부추겼다. 이씨는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주가 제한폭이 확대된 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주요 대화 화제는 마이너스통장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금액을 더 늘릴지 말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사회 초년생들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선 주식투자를 위해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문의하는 질문이 속속 올라온다. 마이너스통장은 재직증명서 등만 있으면 제약없이 만들 수 있다. 보통 30~40대는 생활비 명목으로 급전을 충당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쓴다.
최근에는 주식투자 목적으로 마이너스통장을 계설하는 사회 초년생이 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와 증시활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과거와 달리 소액을 가진 2030도 자산관리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며 “정확한 나이는 집계할 수 없지만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투자 용도로 마이너스 통장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마이너스 통장을 찾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액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을 확인해 볼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54조2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300억원 늘었다. 2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6월만 놓고 보면 지난 2008년(1조8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금융당국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당액이 주식에 투자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잔액과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인기에 대한 우려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통장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이자가 복리로 붙는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마이너스통장을 잠깐 쓰고 다시 채워 넣는다고 쉽게 생각하며 빚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2030이 저금리만 믿고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인만큼 재테크로 높은 수익을 내려하기보다 돈을 잃지 않고 잘 지키는 법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