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에 의지해도 괜찮아

어린이 책<꿈틀>

2015-06-11     박세리 기자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갈라진 땅 위, 양손을 얼굴에 감싼 조그맣고 까만 아이가 있다. 독수리가 무리지은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그림은 한 층 더 스산하다. 1994년 퓰리처상 수상으로 유명한 사진 '독수리와 소녀(케빈 카터 作)'가 떠올려진다. 에메랄드빛 하늘은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어린이 책<꿈틀>(양철북.2015)은 한 아이의 작고 소박한 꿈을 그린 책이다. 이 아이는 꿈속에서 여러 아이를 만난다. 먼 나라에서 배고픔에 고통받는 아이들,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전쟁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아이들과 물이 없어 더러운 웅덩이 물을 마시는 아이들을 만나며 괴로움에 꿈틀꿈틀 몸부림친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꿈틀거릴 뿐이야.’

사실 아이는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아픈 아이다. 꿈틀꿈틀 몸을 움직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는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

작가는 20년 넘게 신장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로 힘들었을 때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축복은 멀리 있지 않다.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도, 허리를 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중략) <꿈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고 싶다.”-작가의 말

책은 전반적으로 거칠고 무겁다. 그에 비해 밝고 원색적인 그림이 묵직한 주제와 아이러니하게 어울린다. 품고 있는 주제에 비해 글밥이 적다. 직설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는 만큼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