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전](2) 면세1등 롯데 사회환원 꼴지..신세계·신라 상권협력 숙제

면세점 경쟁 1부 리그 점검, 면세점 운영능력 변별력 없어..상생부문에서 격차 벌어질 듯

2015-06-03     김은성 기자

경쟁률 3.5대 1.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7곳 중 5곳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어떤 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을 손에 넣을까. 입찰 선정 기준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운영능력(관리역량 250점, 경영능력 300점)으로 보면 변별력이 거의 없다. 7곳 모두 유통시장을 장악한 '유통공룡’이어서다.

두번째 배점이 큰 상생부문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회환원 활동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보면 한화갤러리아가 가장 앞서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5.54%로 7곳 중 가장 높다. 반면 면세사업 1등 롯데는 0.64%에 그쳤다. 기부금 비율을 공개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입찰에 나서는 7곳은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롯데면세점, 신세계백화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이랜드다.

◆관리역량은 30년 역사 롯데가 우위..현대백화점, 이랜드는 면세점 경험 전무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가장 많은 평가점수가 배정된 관리 역량에서는 롯데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30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한 경력이 있어서다. 롯데는 연 매출 3조를 웃도는 세계 4위 규모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과점 논란이 걸림돌이다. 롯데면세점 서울 3개 지점이 시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60%를 가져간다. 관세청이 지난해부터 5년마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경쟁입찰에 붙이기로 정책을 바꾼 것도 이런 독점을 막기 위한 것이다. 

7곳 중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 관리역량 평가에서 다른 곳보다 불리하다.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를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관리역량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들이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을 지 주목된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랜드는 세계 최대 면세점 '듀프리'와 협약해 관리역량을 보완키로 한 상태다. 

기타 평가요소인 자금력 등을 보는 경영능력은 대기업인 만큼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면세사업 1·2위 롯데 신라 기부금 '꼴지'..한화갤러리아 기부금 비율 1등

입찰 선정 기준 중 두 번째로 배점이 높은 사회환원(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150점) 부문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회환원 활동을 수치로 보여주는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한화갤러리아가 가장 높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226억원을 벌어 10억원을 기부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5.54%를 기록했다. 이랜드와 신세계가 3.63%, 2.67%로 그 뒤를 이었다. SK네트웍스는 2.2%, 현대산업개발 1.7%, 현대백화점 1.1%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들 회사는 물론 전체 상장회사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평균 1%)보다 높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면세사업 1등 롯데는 기부금 비율이 0.64%로 상장사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롯데는 지난해 4269억원을 벌었지만 기부금은 27억원 밖에 내지 않았다. 기부금 비율을 공개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면세사업 2등 호텔신라는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회환원 부문에서 변별력이 생기다 보니 기업들도 뒤늦게 기부금 확대 경쟁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각각 면세점 영업이익의 20%, 순이익의 10%를 향후 5년간 기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정부가 상생에 높은 점수를 배정한 데에는 면세사업이 조세 징수권을 포기한 특허사업인 만큼 사회환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세계·현대산업개발, 지역 상권과 협력 과제

사회환원 못지 않게 중요한 상생부문에서는 지역별 입지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가 면세점 진출을 선언하자 명동과 남대문 일대의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명동 상인 모임 관계자는 “롯데 면세점이 생긴 후 관광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많은 로드샵들이 타격을 받았는데 신세계 면세점이 또 들어서면 매출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같은 제품을 면세점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식의 대책을 마련해 관세청과 신세계, 롯데 면세점에 의견을 제출하는 등 단체 행동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용산 아이파크 몰에 입점한 상인들도 상생을 우려하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잡고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면세점이 들어서면 기존 매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계약이 해지될까봐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며 "향후 진행될 면세점 운영에 대해 당사자인 상인들과도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대문을 면세점 지역으로 선정한 SK네트웍스는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기업 롯데, 중견기업 6곳이 동대문에 출사표를 내 동대문이 최고 격전지로 떠오른 탓이다. 이에 맞서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과 협업해 IT(정보통신기술)를 도입한 면세점을 만들고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 브랜드 전용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찰이 관광산업을 넘어 지역발전 등 전반적 파급효과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7곳 모두 운영능력에 큰 차이가 없는 우수한 수준"이라며 "입지나 경영능력 외에 중소기업 및 지역상권과 상생 등 사회공헌에서 점수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