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

역사 속 미스테리한 인물을 소설로 만나다

2014-12-16     정미경 기자

[북데일리] “<한복 입은 남자>를 처음 펼친 순간 과연 이게 사실일까 하며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가다가 탄탄하게 뒷받침된 역사적 사실과 그 공백을 꿰어 맞추는 절묘한 상상력에 몇 번이나 소름이 돋고 말았다. 나는 이제 믿는다,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었음을...” -김미화(방송인)

소설 <한복 입은 남자>(박하. 2014)는 루벤스라는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 속 주인공의 정체를 밝히려는 '진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방송국 PD로 그림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지방에 있는 과학관을 찾는다. 그곳에서 그는 ‘엘레나 꼬레아‘라는 이탈리아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진석에게 책 한권을 준다. 한자로 비망록(備忘錄)이라고 적혀 있고 그 안에는 온갖 기이한 그림들이 있고 한글과 한자, 이탈리아어가 뒤섞여 있다. 이 비망록의 저자는 다름 아닌 장영실이다.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명나라의 역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던 시절. 세종 장영실을 통해 경복궁 내에 천문대인 ‘간의대’를 설치하게 한다. 그러나 당시 우주를 살피는 천문대는 오직 명나라 황제의 전유물이었다. 다연발 무기인 신기전을 개발하여 이미 명나라의 경계 대상이었던 장영실. 이 일로 조선은 명나라의 압박을 받게 되고 장영실은 살해의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세종은 장영실을 구하고자 가마 사건을 꾸민다. 부서질 수밖에 없는 가마의 설계 책임을 물어 삭탈관직한 후 장영실을 조선 밖으로 빼돌린 것.

“나는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 한다. 하늘이 내려준 인재이거늘, 힘없고 약한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도다. 부디 이 좁은 조선 땅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가서 대호군의 뜻을 맘껏 펼쳐, 부디 이 나라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 만민의 백성들을 위해 일하며 후세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되어라.”

“전하…….”

영실은 속울음을 끄억끄억 삼켰다.

“알아보는 사람들을 피해 녹사복 차림으로 급히 이곳을 떠나거라. 돈의문을 나가면 붉은 전립을 쓴 사람이 말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말에 오르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가 이끄는 대로 달리거라. 그가 너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p.339~p.340)

이후 명나라의 모험가 정화 대장의 도움으로 이태리에 도착한 장영실. 그는 어느 날 피렌체의 귀족이면서 메디치 가에서 공증일을 하던 ‘세르 피에르 다빈치’의 집에 초대받는다.

"그날 오후, 영실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은 한 소년을 보게 된다. 소년은 화공이나 기술자들이 즐겨 입는 흰색 튜닉을 상의로 걸치고 밑에는 무릎에 구멍이 뚫린 진청색 브레를 받쳐 입고 있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장영실은 그가 집주인의 천덕꾸러기 서자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곱 살 안팎의 앳된 얼굴에 유난히 높은 콧대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중략)

“얘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소년이 돋보기를 거두고 대답했다.

“제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p.431~p.433)

저자 이상훈은 장영실이 사라진 이후의 이야기를 밝히기 위해 10년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발견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서 장영실의 흔적을 발견한 것.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팩션의 형식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말을 잠시 보자.

“<한복 입은 남자>는 루벤스가 1607년경에 그린 그림이다. 누구를 모델로 했을까?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소년을 이탈리아의 노예상인에게 팔았다는 일본측 기록을 근거로, 그림의 주인공을 조선인 노예 소년이라고 추정해 그 그림의 이름을 안토니오 꼬레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중략) 그림 속 남자가 입고 있는 철릭은 옷감이 풍성하고 답호까지 덧입어 격식을 갖춘 터라 서민이나 노예가 입었던 옷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더구나 노예시장을 통해 유럽으로 팔려갔던 안토니오 꼬레아는 나이 어린 소년이었다.” (p.518)

현재와 과거, 우리나라와 이태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 소설은 무척 흥미진진해서 한번 잡으면 책장을 다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역사적 맥락과 문학적 설득력, 사상적 기반이 전제’된 이 소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할 것이다. 아직도 존재하는 수 많은 역사 속 미스테리들을 풀어줄 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