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에게는 '뚱보 박테리아'가 산다

색다른 책 <매력적인 장腸 여행>

2014-11-26     장맹순 시민기자

[북데일리] "100조 마리, 총 2킬로그램 분량 미생물들의 보금자리, 면역세포 80%를 관할하는 곳,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비롯해 20여종의 호르몬을 생산, 뇌 다음으로 신경체계가 발달한 기관,"-본문 중에서

​ 장을 제 2의 뇌라고 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장 얘기다. <매력적인 장 여행>(와이즈베리.2014)은 독일의 젊은 의학자 기울리아 엔더스가 최신 연구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장의 세계'를 유쾌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다.

 "기껏해야 배설이나 담당한다고 혹은 배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가끔씩 방귀나 뀐다고 괄시 받는다."(17쪽)

​ 책은 이런 인식을 바꿔 놓는다. 저자는 장을 매력덩어리로 본다. 우리 몸 속 박테리아의 99%가 모여 있는 장내 균형이 깨지면 소화불량 변비 같은 장 질환이 따른다고 한다.

​ 특히 놀라운 것은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뇌가 아니라 배에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우리 몸속에 사는 미생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바꿔준다. 대장은 왜 100조 마리나 되는 미생물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걸까? 그것은 대장은 영리하기 때문에 위나 소장도 소화하지 못한 찌꺼기들을 각종 미생물들에게 일종의 소화 아웃소싱을 시키는 거라 말한다.

​ 프리바이오틱스는 좋은 박테리아를 지원해 장에 독이 생기는 걸 막아준다. 특히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장에서 나쁜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을 제대로 해독할 수 없기 때문에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박테리아 독은 피로감과 경련을 넘어 혼수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야기한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는 종종 고농축 프리바이오틱스를 처방한다. 그러면 증상이 곧 없어진다."(275쪽)

​ 저자는 프로바이오틱스(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 살아 있는 균)의 효과적인 복용법도 알려준다. 점차 서구화된 한국인들의 식사에서 식이섬유소의 부족을 지적하며 우엉, 양파, 삶은 감자,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들도 소개한다.

​ 흥미로운 사례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장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장보다 건강하다는 것과 비만인 사람의 장에는 '뚱보 박테리아'가 많은데 이유가 박테리아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 이밖에도 일상생활에서 장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장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배변자세, 식습관, 변비, 구토, 위산역류 같은 장 문제들에 대처하고 예방하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장 미생물을 위한 대체 항생제 사용법 등 장 관련지식을 ​저자의 동생 질 엔더스가 그린 삽화와 함께 의인화 한 내용이 쉽고 재미있다.

  책은 장 지식 프로젝트에 걸맞게 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싣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동안 생활습관에 대해 생각케 한다. 스트레스, 수면부족, 불규칙한 식사와 과음은 장을 늙게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아래서부터 챙겨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