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려면 점심을 사라

2011-09-23     서명희 칼럼니스트


[아이엠리치]최근 TV개그프로그램 한 코너에서 이성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정리해주는 것을 보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애인이 있는 경우 회사 동료와의 만남을 어디까지 봐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는 내용이었다. 저녁식사는 안되고 혹시 되더라도 일반식사 이상의 비용을 써서는 안 되며 특히 반주를 핑계로 술을 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에 방청객의 공감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개그프로였지만 공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 되었다.

런천 테크닉(Luncheon technique)이라는 설득법이 있는데 뭔가를 먹으면서 듣는 이야기는 더욱 믿기 쉽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실험가운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땅콩이나 추잉껌을 씹으면서 평론을 읽게 했다. 예를 들어 ‘암치료법이 별견되려면 수백 년은 걸린다.’라든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달 여행은 수개월 이내에 실현 될 수 있다.’등의 근거가 빈약한 내용의 이야기에 높은 신빙성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태에서 평론을 읽은 사람은 같은 내용에 대해 ‘정말일까’의심을 가졌다고 한다.

사람은 뭔가를 먹고 있을 때는 단순히 즐겁기만 한 한 것이 아니라 쉽게 설득당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이다. 이렇게 간단한 껌이나 땅콩을 먹으면서의 반응이 그러하다면 당연히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상대에게 호감반응을 얻어내기는 훨씬 쉬워진다.

미각(味覺)은 뇌 내의 쾌락 중추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더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역시 쾌락중추와 연합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득할 일이 있다면 식사 대접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혹시 식사대접을 받는다면 식사를 하면 단순히 좋고 즐거운 점에서 그치지 않으며, 이 런천 테크닉에 의해 상대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믿게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쉽게 설득당하고 속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은 우선 입을 움직일 때는 이나 혀, 목의 감촉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머릿속의 긴장감과 판단력이 낮아진다는 점과 입 안에 먹을 것이 들어가면 발언이나 반론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므로 그냥 ‘그렇겠지.’하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고가(高價)의 식사를 하거나 함께 술을 마셨을 때에만 상대가 설득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정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들은 땅콩이나 껌 정도의 가벼운 먹을 것으로도 마음이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를 통해서 뭔가 판단을 해야 한다면 껌을 씹는 다거나 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껌을 우물우물 씹는 단순한 행동에 의해서도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러므로 뭔가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식사를 넘어서 술자리까지 가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그런 경우 상대는 이미 허락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반대로 상대를 설득해야한다면 우선 음료라도 먹이면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라는 책도 있을 정도로 상대와 식사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 생각이나 결론을 끌어내기 쉽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서명희 칼럼니스트 / 행복플러스(www.dohappy.co.kr )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