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AI 확산에 청년 고용 질 악화"

1차 노동시장 수요 정체…2차 시장 하향 진입 뚜렷 경직적 고용보호도 청년층 진입 장벽으로 작용

2026-10-26     고수아 기자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은행이 반도체 중심의 경제 성장 구조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으로 청년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고 26일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고용 보호 제도가 오히려 청년 고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은 조사국 고용동향팀 황수빈 과장 등은 이날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에서 "청년고용 문제에는 산업구조 재편, AI 기술 변화, 경직적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전제로 상용직을 1차 노동시장 종사자, 임시·일용직을 2차 노동시장 종사자로 구분해 팬데믹 이후인 2023년부터의 15∼29세 청년층 고용 실태를 분석했다.

과거 부진기에는 청년층이 주로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면서 실업률 상승 등 양적 지표 부진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취업 눈높이가 낮아진 청년층이 2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고용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022년 6.4%에서 올해 1~9월 6.6%로 올랐다. 고용률은 같은 기간 46.6%에서 43.7%로 하락했다.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팬데믹 이후 계속 늘었으며 비자발적으로 시간제를 택한 비중도 커졌다. 핵심연령층과 비교한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 규모는 과거보다 15∼20% 줄었다.

한은은 그 배경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꼽았다. 2023년 이후 성장은 IT 제조업이 주도했지만 이 업종은 생산이 크게 늘어도 상용직 채용이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상용직 채용 비중이 높은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생산이 부진해 채용이 줄었다.

2022년 말 생성형 AI 도입도 청년 고용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또한 2022년 11월 생성형 AI가 도입된 이후에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에서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신입이 맡던 초급 업무 수요가 줄었다. 한은은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정보통신 등에서 청년층 진입이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옮겨가는 청년층 비율(이동률)이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낮아지는 등 2차 시장 고착 효과도 강화됐다.

이른바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진입 장벽으로 지적됐다. 

경직적인 노동시장도 진입 장벽으로 꼽혔다. 한국의 정규직 개별해고 보호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10위로 높은 편인데, 고용보호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

한은은 "노동공급 측면의 대책인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해법으로는 IT 제조업 성장세의 파급 확대 여건 조성,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연계, 고용제도 유연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