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흙에 새긴 무한의 우주’… 이흥복 수호갤러리 개인전

평면과 입체, 물질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자조형

2026-10-08     임채연 기자
이흥복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도자조형의 고정관념을 깨고 흙을 통해 무한한 공간을 구축해 온 이흥복 작가의 개인전 ‘유한한 흙에 새긴 무한의 공간’이 지난1일 시작돼 31일까지 분당 수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어린 시절 마주했던 남해의 수평선과 밤하늘의 별빛이라는 아득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무수한 점과 하나의 선으로 각인된 자연의 인상은 유한한 시야 너머의 무한한 시공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원형적 이미지가 되었다. 그의 독창적인 도자조형 세계의 근간을 이룬다.

이흥복의 작업은 전통 도예가 지닌 그릇의 기능과 완결된 형태를 탈피한다. 반듯한 흙판 위에 사각의 유닛을 그리드 형태로 배열하거나 도판을 칼로 예리하게 절개한 뒤 들어 올리거나 접고 비트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무겁고 단단한 도자의 물성은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시각적 인상을 획득한다. 틈새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는 정지된 사물을 변화하는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기계적 복제가 아닌, 작가의 손 노동과 흙의 수분, 건조 및 소성 과정에서 불의 흐름이 빚어낸 미세한 차이들은 작품에 엄격한 질서 속의 살아 있는 리듬을 부여한다. 여기에 절개된 틈과 굴곡을 따라 스며든 유약의 짙고 강렬한 색채는 작품의 표면을 밤하늘이나 심해를 연상시키는 깊이 있는 심리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다층적인 색감은 관람자의 시선을 물질의 표면 너머 미지의 세계로 강렬하게 이끈다.

수호갤러리 이지수 관장은 “이번 전시는 빛과 색, 시간의 흔적을 따라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한의 공간을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단단한 흙과 예리한 절개, 불이 빚어낸 오묘한 울림 속에서 끝없는 사유의 세계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