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교열에서 윤문까지...꼼꼼한 퇴고 글쓰기

2026-06-22     임채연 기자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아들은 주판으로 계산하고 전자계산기로 확인을 하는데, 나는 전자계산기에서 나온 결과를 주판으로 확인한다.'

아주 오래전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뉴 테크놀러지 수용에 대한 세대 차이와 습관의 관성에 대한 우화이지만 한편으로 신문물의 유입과 정착 사이, 즉 과도기의 불안감을 환기시켜주는 글이다.

요즘 AI가 그렇다. AI가 글을 척척 써준다. 그렇다면 글쓰기 기술은 필요한가.

앞의 이야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AI가 훌륭한 글을 출력해주지만, 완성도에 대한 생각은 의뢰하는 사람의 글쓰기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이 점에서는 모두 의견 일치다.

"AI 글은 반드시 사람이 손봐야한다."

그 손보는 과정 중 하나가 교정·교열이다. 문장을 바로잡는 일을 넘어 내용과 맥락, 글쓴이의 의도까지 살펴보는 작업이다.

신간 <퇴고하는 글쓰기>(신수일 저)는 "글의 마지막 감수자는 AI가 아니라 사람일 수밖에 없다"며 30여 년간 현장에서 쌓아 온 저자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자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교열 전문가다.

책은 저자의 실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어려운 어문 규정을 나열하기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장르별 특성과 글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더 좋은 문장으로 다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교열 고수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독자들은 책을 읽다가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중, 오류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터이다.

파생어 '해님'을 '햇님'이 라고 적으면 틀린 것이다. 여기서 '-님' 은 접사이고 접사가 붙은 단어는 파생어이므로 사이시옷을 붙여서도 안 되고 ‘핸님’이라고 발음해서도 안 된다. 해님은 ‘해님’으로 발음해야 옳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수많은 '햇님어린이집'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p.47

'뜻밖에'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우아'를 쓴다. 준말은 '와'이다. 그런데 '우와'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우와'는 아 직 표준어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사전에서 '우와'를 검색해 보 면 '청개구리雨蛙'라고 나온다. 감탄사로 알고 '우와!'라고 말할 때마다 사실은 '청개구리!'라고 외치는 것이다. 만일 '영어'로 놀람이나 기쁨을 표현하고 싶다면 '와우wow!'라고 적으면 된다. p.229

시중에 교정·교열 책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책의 부제 '다정한 교열 고수의 문장 교정 비법서'의 '다정한'이란 단어 때문이다.

문장을 다듬어본 사람은 안다. 고치는 자의 정성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오랫동안 고생하며 책을 써 온 저자의 마음이 되어 정말 오류가 없는 책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며 교열을 진행한다." p. 273

저자의 작업자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인이 자주 범하는 오류 사례 외에 문서의 종류별 작업 후기다. 시, 수필, 소설, 논문, 전문 서적, 웹 콘텐츠, 시험문제를 망라한다. 생생한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

블로거, 유튜버, 직장인,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글을 쓰고 고치는 이들이 읽고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