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아 작가 “꿈은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

캔버스에 피어난 ‘꿈의 정원’....13일~4월17일 갤러리마리 개인전

2026-03-06     임채연 기자
오승아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이 어떤 형체인지,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는지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일상의 속도에 쫓겨 ‘나’라는 존재의 근원마저 희미해질 때, 오승아 작가는 우리를 고요한 사유의 지평으로 초대한다. 13일부터 4월17일까지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오승아 개인전 ‘DREAM’은 단순히 환상을 그리는 전시가 아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하고, 내면의 울림을 시각적 선율로 치환하는 ‘존재의 성찰’이다. ‘꿈’과 ‘존재의 성찰’의 관계는 철학과 예술에서 오래 탐구되어 온 주제이다.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내면의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인물은 항상 관찰자(관객)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뒷모습으로 서 있다. 관객이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작품 속 세계에 동화되도록 유도하는 '뒷모습의 미학'이다. 나뭇잎이나 결정체처럼 보이는 섬세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화면의 큰 면적을 채우고 있다. 평온한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트 테라피(Art Therapy)'를 연상시킨다.

오승아의 화면을 채우는 것은 지극히 친숙한 것들이다. 작고 소박한 집 한 채, 고요히 물길을 가르는 나룻배, 그리고 화면 가득 명멸하는 나뭇잎들. 특히 반복적으로 배치된 나뭇잎은 이 번 전시의 핵심적인 조형 언어다. 평론가 김태곤은 이를 두고 ‘시간의 축적’이라 말한다. 한 장의 잎사귀가 하루의 기억이라면, 그 잎들이 모여 숲을 이루는 과정은 곧 한 인간이 생존의 의지를 다지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역동적인 리듬이다. 작가는 나뭇잎의 진동을 통해 불안이 아닌 생명의 맥박을 그려낸다. 그 안에서 계절이 순환하고, 퇴적된 시간은 다시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깊어진 색채와 과감한 단순화다. 깊은 청색은 사유의 바다처럼 관람객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명력이 넘치는 녹색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화면의 많은 부분을 비워두었으나, 그 여백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그곳은 감정이 체류하는 쉼터이자, 관람객의 개인적인 추억이 깃드는 ‘만남의 광장’이다.

익숙한 사물들이 비현실적인 색면 위에 놓이는 순간, 그것들은 현실의 물리적 법칙을 벗어나 심리적 매개체로 변모한다. 나룻배는 고독이 아닌 자유로운 유영을, 조각달은 외로움이 아닌 은은한 희망을 속삭인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고백한다. 꿈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누군가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오히려 상처받은 마음, 사랑의 아픔, 누군가를 미워하고 다시 용서할 용기까지 모두 담아낼 때 비로소 그 꿈은 ‘정원’이 된다고 말이다.

오승아의 작업은 오랜 가뭄 끝에 마주한 무지개와 같다. 홀로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유하고 밖으로 꺼내어 놓을 때 꿈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개인의 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의 꿈’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꿈'을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고통과 사랑까지도 모두 담아내는 '그릇'이자 '회귀의 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나뭇잎 하나를 '하루의 기억'으로 치환하여 계절을 만들어낸다는 통찰은 관람객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꿈은 현실을 벗어난 환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는 꿈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감정을 마주하며, 아직 도달하지 않은 존재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우리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빛바랜 꿈의 조각들을 꺼내어 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현실과 내면,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그 푸른 지평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리듬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