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신년사 데뷔전…경영 화두는 '상생'
함영주 회장 제외 모두 데뷔전 진화하는 상생금융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제각각 첫 신년사를 통해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업과 가계 모두 고금리로 고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어깨도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KB금융그룹은) 자산, 고객 수, 이익 등 주요 성과 기준으로 공고히 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적 고객 분류는 무의미해지고 있고, 부(富)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양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상생전략과 비은행 강화다.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과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 선두권 도약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WM(자산관리),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하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 회장은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며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業(업)의 윤리를 꼭 지켜야 한다"며 올해 경영슬로건을 '고객중심, 一流(일류)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으로 명명했다.
진 회장은 또한 “이택상주(麗澤相注·맞닿은 두 개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며 마르지 않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것)의 마음가짐으로 상생을 실천하자”고도 언급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은 코로나19이후 고금리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총 3067억원의 민생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지원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고객 26만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것도 사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특히 함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며 "때문에,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도 촘촘히 챙기겠다고 금융지주 회장들은 다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작년보다는 다소 우호적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며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인 고객의 자산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중은행장들도 신년사를 전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냄비 속 개구리’의 운명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No.1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이 바로 ‘KB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고객들의 소중한 자산을 성실하게 지켜드리고, 늘려 드림으로써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을 차별적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정 행장은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에 힘쓰되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상생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보다 진정성 있는 ESG 경영,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핵심사업 집중, 미래금융 선도'를 올해 경영목표로 정하고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미래 성장성 확보·선제적 리스크 관리·디지털 경쟁력 제고·경영 체질 개선·사회적 책임 완수 등 6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조 행장은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ESG 경영을 지속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KB 신한 하나 우리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17조2316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대비 4.1%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