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집계 바꾼 금투협의 고민…개악 vs 개선

반대매매 당일 체결분만 보여주기로, 대신 예정액은 증발 전문가 “굉장히 쉽지 않은 문제, 정확한 공시가 가장 중요”

2023-10-30     고수아 기자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반대매매 집계 방식을 변경했다. '영풍제지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반대매매 금액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자 기존 중복집계 공시 기준을 바로잡은 것이다. 다만 새로운 집계 방식이 적용되면서 주식시장에 예정된 반대대매 금액에 대한 정보는 투자자가 더는 알 수 없게 됐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정보통계 포털 홈페이지에서 증시자금추이 지표 중의 하나로 공개하는 반대매매 금액의 공시 기준을 최근 변경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가 대금을 정산하지 않아 강제 처분당하는 것을 말한다.

금투협의 반대매매 통계는 현재 5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들 증권사의 위탁매매 미수금(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 당일 포함 사흘 이내 대금 결제를 불이행한 돈)과 함께 취합해 일자별로 공개하는 정보다.

신용융자 거래에 의한 반대매매 금액은 포함하지 않고 미수거래에 의한 반대매매 금액만을 대상으로 한다. 각 증권사가 전 거래일에 발생한 반대매매 금액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금융투자협회가 취합해 공시하는 식이다.

특히 과거 공시에서는 반대매매 ‘대상’ 금액까지 전부 포함했지만 이달 25일분부터는 실제 당일 반대매매가 체결된 금액만 나타내도록 공시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현재 공시에서는 그간 공개돼왔던 일종의 반대매매 대기 물량이 잡히지 않는다.

금투협이 반대매매 집계 방식을 바꿔버린건 시세조종(주가조작) 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영풍제지 사태'가 원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17일 515억원에서 18일 2768억원, 19일 5257억원, 20일 5497억원, 23일 5533억원 등 금투협이 2006년 4월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5일엔 96억원, 26일 113억원, 27일 127억원으로 이전 수준에 비해서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이번 반대매매 통계 방식 변경은 기존에 증권사들이 반대매매 금액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제출해 기존 체결금액과 미체결 금액이 뒤죽박죽이었던 것을 정리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기준 변경으로 투자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던 반대매매 집행 ‘대상’ 금액에 대한 정보는 막히게 됐다는 문제점은 남게 됐다. 통상 반대매매 수치가 과거 금융위기나 지난 4월 하한가 사태 등 급락장에서 급증하는 흐름을 보여왔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주식시장 분위기를 가늠케하는 지표로도 읽혀왔다.

협회 역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건 아니다.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공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2개 공시를 병행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좀 얘기가 나오기는 했다”며 “다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대매매 통계 관련 정보 공개 방식을 정립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에 협회가 지금처럼 공시 기준을 변경한 것이 시장의 혼란이나 불안 증세를 줄이는 측면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대매매 수치를 사전에 제공할지 사후에 제공할지 아니면 더 나중에 공개할지는 굉장히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라면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시장 제반을 고려했을 때 과민반응 등에 의해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대대매는 '폭탄', '공포' 등의 수식어가 자주 쓰여오고 있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사전적으로든 사후적으로든 시장에 정확한 수치를 주는 것이 맞다. 그렇더라도 사전적으로 주는 정보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불확실한 정보를 미리 주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