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엔저에…은행 엔화예금 늘고 특화 카드 인기까지

2023-06-21     고수아 기자
(자료=각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최근 기록적인 엔저 현상에 은행 엔화예금이 늘고 특화 카드가 인기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여행과 환차익 등을 고려한 엔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엔 환율이 지금과 같은 낮은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는 경우 엔화예금이나 관련된 특화 서비스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4대 은행 엔화예금, 보름 새 1조원 넘게↑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예금 잔액은 8320억엔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보다 1341억엔(한화 약 1조2228억원, 원·엔 환율 911.91원 기준) 많아진 것으로 특히 이달 들어 숫자가 빠르게 커진 추세다. 이달 말 엔화예금 잔액은 올 들어 월말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엔화 예금잔액이 부쩍 늘어난 배경에 대해 원·엔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엔화가 쌀 때 사서 오를 때 매도를 노리는 환차익 수요와 일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예금은 고객이 은행의 외화통장에 엔화 자금을 예치한 금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고객의 환차익 목적의 투자나 일본 여행 수요 증가로 여행경비를 매입하거나 사전 매입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현상은 그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달리, 일본은행(BOJ)은 나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의 '일본은행 금융정책 결정 내용 및 시장 반응'에 따르면 BOJ는 지난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의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빠르게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경우 2% 목표 달성 이전에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할 리스크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에 이달 들어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엔화 수요를 끌어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가 임박했다는 기대감과 국내 경기가 반도체와 수출 회복 등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2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80.3원으로 5월 말(1327.2원)과 비교하면 3.53%나 하락했다. 

또 앞서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장중100엔당 897.4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이다. 원·엔 환율은 800원대를 터치한 뒤 다시 900원대 초반선은 회복했지만 지난 20일 기준 100엔당 905.5원으로 전월 말보다는 4.50% 떨어진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환율 흐름에 대해서 미 달러화는 완만한 하락 기조를, 엔화는 연말경 추세 전환의 변곡점을, 원화는 완만한 강세 기조를 예상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변곡점을 맞은 달러와 원화, 앞으로는'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요약했다. 

박 연구원은 엔화의 경우 약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주가랠리 등 일부 과열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연말경에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이는 엔화 흐름의 기조적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 일본 여행 준비물?…카드 서비스도 인기      

엔저 현상과 맞물려 일본 여행 열풍이 이어지는 것도 대표적인 현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카드업계에선 특정 서비스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점도 화제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트래블로그 서비스 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의 63.1%가 일본에서 카드를 쓴 것으로 분석됐다. 트래블로그는 출시 1년도 안 돼 누적 가입자 수 100만명, 누적 환전액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월별 환전금액은 지난달 기준으로 출시 이래 첫 7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서비스에 가입한 손님은 환율 우대와 해외에서 ATM 이용 시 현금 인출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데, 특히 일본은 현금 사용과 편의점 ATM에서 손쉽게 인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나카드는 오는 7월 8일까지 비대면으로 트래블로그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손님을 대상으로 출시 기념 연회비 100%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