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업계 '채권 돌려막기' 검사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 검사 첫 검사대상은 하나증권·KB증권

2023-05-23     고수아 기자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대한 전면 검사에 나선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운용 실태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검사 대상은 하나증권과 KB증권이다. 검사배경은 일부 증권사가 단기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해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운용 전략'을 쓰던 중에 작년 하반기 시장금리 급등으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환매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진행한 올해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증권사의 신탁·랩어카운트 운용실태 등 검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비유동성·만기 불일치 자산 편입과 같은 운용상 위험 요인과 채권 자전거래·파킹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 설명했었다. 

이날 KB증권 측은 입장문을 배포해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을 활용해 운용하는 '미스 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상품 가입 시 해당 운용 전략에 대해 사전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 계약 기간보다 잔존 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고 했다. 자전거래와 관련해서도 자본시장법상 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 계좌 간 거래가 인정된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덧붙여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타 증권사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며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 금리가 급등하고 기업어음(CP) 시장의 경색이 일어나자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거래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유동성 지원 기준을 세워 중소형 법인 위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단기 자금 유동성 문제로 급여 지급이나 잔금 납입 등이 어려운 경우 등을 먼저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