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폐해'…이복현 "은행 이자이익 80% 의존 안주" 직격탄
모든 가능성 열어둔 금융당국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권의 '과점 폐해'를 둘러싼 지적이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2일도 은행산업의 사업구조 다각화와 경쟁력 개선을 위해 강경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자칫 정부의 반시장적 개입 우려와 과점 체제 해소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등이 분분하다.이에 당국의 '모든 가능성'이 언급이 더욱 주목된다.
■ 해외투자자 만난 이 원장, 이슈 거듭 강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해외 투자자 대상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은 총이익의 80% 이상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등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면서 과도한 성과급 등 수익 배분에만 치우치고 있어 미래 성장잠재력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은행경영 방식으로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과 금감원 관계자들, JP모건 등 13개 해외자산운용사 전문인력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어 "최근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달성하면서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정적 여론에는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체계에서 비롯된 경쟁제한 등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토대로 내린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상생금융이야말로 은행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최선의 의사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낡은 제도는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금산분리 틀 안에서 금융회사들이 비금융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 등의 개선방법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 투자환경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혁신해 해외 투자자의 국내 투자에 대한 걸림돌을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 내 경쟁 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간 경쟁, 스몰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정책, 금융과 IT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과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편 등 금리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또한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여부, 클로백(Claw-back) 강화 등을 살펴보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 숨죽인 금융권은 날마다 폭풍전야
금융권은 지난 13일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 취지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기점으로 갈수록 강경해지는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에 '천하의 나쁜놈이 됐다'며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실천 방안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하나은행이 총 300억원 규모의 노사공동기금을 조성하고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고금리 취약 차주 등 금융취약계층 손님 15만명을 선정해 현금으로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고객의 거래실적과 상관없이 상품 종류별 우대금리(0.20%p, 0.45%p)를 일괄 적용해 그만큼 대출금리를 낮췄다.
카카오뱅크도 전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p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p 인하한다. KB국민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는 지난해 12월(최대 0.75%p 인하)과 올해 1월(각각 최대 1.05%p, 1.30%p)에 이어 3개월째다.
은행들이 금융비용 부담 완화 등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멘트는 "여전히 고금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실질적인 체감 방안을 마련" 등의 취지로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과점 체제 해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존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고성장 모범사례로 볼 수 있는 카카오뱅크가 설립 7년차"라고 현실성을 지적했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정부의 인식에 대해선 일정 부분 반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엄연한 사기업이고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 다른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고 정부 역할에 적극 협조하는 등 공적 책임에는 당연히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시장에 정치논리가 너무 가감없이 개입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 정무위 회의에서도 '문제 논의' 한바탕
한편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도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가운데 은행 등 금융권의 고금리 및 '돈 잔치' 질타로 뒤덮인 바 있다. 또한 "지금처럼 금융의 공공성에 대해서 니즈가 높아진 때가 없다"며 공공성과 과점 해소 대책, 인사 관련 문제까지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충청지주 혹은 보스턴식의 지주, 이런 얘기를 대통령이 했다"며 "이렇게 해서 금융투자회사 같은 곳들, 또 디지털 플랫폼적 관점에서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이 설립되고 역할을 한다면 과점성을 축소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아주 원점부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에 고물가, 고금리를 겪는 미국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 인터넷, 항공 분야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증가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를 정크 피라고 지칭하고 이런 수수료를 줄이거나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대출금리를 챙기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금융권 인사개입' 등을 꺼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은행이 공공재라면 시중은행 다 없애 버리고 국책은행으로 하지, 왜 굳이 민간은행을 두겠느냐"며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적 인사를 금융지주 회장에 임명하는 것은 과거 관치 시대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금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민주적으로 자율적 의사결정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금감원장도 이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최근 은행권, 언론의 관심사는 정부가 은행 지배구조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이라며 "금융권 인사에서 관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희(금융당국)가 구체적인 누구를 임명해야 한다는 어떤 그런 방식을 갖고 있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이 되면 사실상 정년 등 나이가 유일한 제한이라는 식의 말이 나올 정도로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제왕적 회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본질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