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분산 기본인 은행들, 카카오 먹통에 '주의 환기'
임대 데이터센터 불난 카카오 사태 주요 은행들은 자체 전산센터 운영 비즈니스 컨틴전시 플랜·매뉴얼에 주센터·재해복구센터 이원화 기본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카카오의 입주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기업들의 위기대응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부실한 재난 대응 덕분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의 신뢰도 역시 함께 추락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전금고 역할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새겼다는 반응이다.
■ 안전금고들의 데이터 이원화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화재 뿐 아니라 전쟁 등 최악의 위기상황에도 업무의 연속성을 위한 비상대응계획으로 BCP(비즈니스 컨틴전시 플랜)를 완비하고 있다. 화재 발생 이후 먹통 사태에 대해 카카오 경영진의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와 같은 기가 막힌 언급은 설득력이 통하지 않는 업권이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서비스도 장애를 빚으면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는 불안해서 못 쓰겠다', '큰 돈 거래는 하면 안 되겠다' 등의 여론에 '자사주 소각하랬더니 자사 주(서버)를 소각했다'는 냉소마저 들끓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뱅크 청소년(mini) 고객을 포함한 탈퇴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의 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어느 이슈에서나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과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면밀히 보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항상 유념하는 부분이다. 고객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현행 감독규정상으로도 BCP를 수립하고 재해 발생 대비 훈련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국내 주요 대형은행들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비상시 DR(재해복구)센터만 봐도 전산운영 체계의 모범이 엿보인다. 주(메인) 센터와 보조역할을 하는 DR센터의 2중 체계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은 것이다. 실시간 백업과 같은 복구 시스템 및 매년 1회 이상 재해 발생 대비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전산센터를 두고 있다. 주 전산센터는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다. DR센터는 서울 여의도에 있다. 신한은행은 IDC 대신 신한금융 자체 전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 전산센터는 죽전, DR센터는 일산에 두고 백업데이터는 별도로 소산 보관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주 전산센터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DR센터에 동기화되고 있으며, 주 전산센터에서 문제가 발생해 완전히 멈춰도 DR센터로 네트워크가 전환되면서 DR센터가 주 전산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2중 구축이 돼 있는 것이다. 대고객 서비스는 재해 선언 후 3시간 이내 복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나은행도 인천 청라에 메인 전산센터를 두고 경기도 분당에 DR센터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상암에 주 전산센터가 있고 경기 분당 정자동에 백업센터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재해 발생 대비 훈련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나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씩 실시 및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경기 의왕시에 메인으로 IT통합센터를 두고 있으며, IT안성센터가 DR센터로 재해복구업무를 담당한다. 기업은행은 주 전산센터를 용인시 수지구에서, DR센터는 서울 양천구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DR센터를 통해 금융거래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 인뱅도 철저한데…카뱅·카페는 왜
반전은 또 있다. 인터넷은행들도 데이터센터 이원화와 분산·백업, 재해 발생 대비 훈련을 실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영업점이 없고 현금, 종이통장 등이 없어 데이터백업은 더더욱 중요하다. 설립 인가 시점부터 보안·데이터센터 부분에서 엄격하게 평가를 받는다고 알려져있다.
실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데이터센터를 각각 3곳씩 운영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BCP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서울 목동(주 전산), 경기 분당(DR), 서울 충정로(데이터백업) 3중 구조 체계다. 재해복구 훈련도 매년 1회 이상 실시한다. 카카오뱅크도 서울 상암(주 전산), 경기 분당(DR), 부산 LG CNS 센터 등 3곳의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토스뱅크는 김포에 주 전산센터를, 논현에 재해복구(DR)센터를 두는 이원화 체계다. 토스뱅크는 액티브 스탠바이 상태를 기반으로 주 센터와 DR센터에 리소스를 비슷한 비중으로 분산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만일 주 전산센터에서 화재 등 문제가 생겨도 서비스 점검없이 무중단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카카오 먹통 대란에서 카카오 금융사들의 복구가 신속했다는 평가는 드물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산에 문제가 없는데 서비스 장애가 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로그인에 실패하면 대문을 못 여는데 집안에 상이 차려 있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평소에 좀 더 대비를 했다면 복구 소요 시간도 훨씬 더 짧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 16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모두 금융거래 전산처리에 문제는 없었으나, 일부 송금·결제 등 금융서비스의 상당시간 장애가 발생한 원인 규명과 비상대응계획 가동실태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