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난해 실적 잔치에 경사...올해 화두는 “신용관리”

IB의 힘...증권사, 작년 ‘창사이래 최대 실적’ 효자 ‘부동산PF', 작별 할 때?...각종 금융사고에 올해 화두는 “신용도”

2020-01-31     장하은 기자
증권사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지난해 투자은행(IB) 부문 선전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의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작년 3분기까지 근소한 격차로 1위를 지키고 있는 한투증권의 4분기 실적 발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실적 달성에 잔치 분위기인 증권사의 올해 업황은 각종 정부규제로 관련 사업들이 위축되는 등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등 금융사고로 인해 각 사의 위험 관리 능력에 따라 신용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 IB의 힘...증권사, 작년 ‘창사이래 최대 실적’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매출액은 15조4561억원으로 16.0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6637억원으로 43.66% 늘었다. 이 기간 연결 영업이익은 약 7272억원으로 전년보다 41.9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9조1931억원으로 1년 새 8352억원 늘었으며 곧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 비즈니스와 IB 수익 증대 등으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올핸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다음 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투증권의 경우 이기간 당기순이익이 6730억원을 넘긴다면 미래에셋대우를 제치고 무난히 1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3분기까지 실적이 좋았고, 연간 실적도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지난 한 해 동안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증가했다. 지난 2018년 43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한데 이어 1년 만에 또 다시 최대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6799억원과 7670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7%, 30.2% 상승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외 부동산, 선박, 항공기, 해외 M&A 인수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로 신규 수익원을 발굴했다"며 "기업금융(IB) 뿐만 아니라 트레이딩, 홀세일(Wholesale), 리테일 등 각 부문이 고르게 성장해 실적 성장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심화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메리츠의 강점인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양질의 자산을 채워 나가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의 매출액은 11조5035억원으로 24.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4764억원으로 31.8% 늘었다. 영업이익은 5754억원으로 6.5%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트레이딩(운용 및 이자수지)과 IB 부문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트레이딩 부문의 순영업수익(매출액)은 지난해 7582억원으로 전년(4885억원) 대비 55.2%나 뛰었다.

■ 효자 ‘부동산PF', 작별 할 때?...각종 금융사고에 올해 화두는 “신용도”

증권업계의 올해 수익성은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고난도 금융상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이와 관련 영업은 위축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신용등급 관리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의 수익성 하락에 부동산 PF 부분을 강화해왔다. 실제로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13년 말부터 지난 6월까지 약 5년 6개월 만에 2조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개발사업은 실물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위험이 큰 만큼 은행(1금융권)에서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반면 증권사는 그동안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하며 부동산금융 쪽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와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증권사 PF가 급격하게 늘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한정하는 내용의 규제를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개발사업이 위험에 처하면 시행사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증권업계는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지난해 말부터 연달아 규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증권사의 성장에 영향을 줄 것"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2020년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세미나에서 “최근 금융위의 부동산PF 규제 강화로 일부 증권사들의 영업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양적 규제로 인해 채무보증 총량은 줄어들고 수익성이 높은 위험 부동산PF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9일 회장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PF 규제는 부동산투자 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정책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직접투자를 간접투자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선 증권사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대형사들을 중심으로는 신용등급 관리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각종 금융사고로 증권사들의 위험 관리 능력에 따라 신용도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날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여의도 63빌딩 본사에서 열린 ‘2020 산업전망리뷰’를 주제로 한 미디어브리핑에서 "증권업계는 이익 추구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 필요한 때"라며 대형 증권사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무역금융펀드의 부실투자 의혹 등 위험이 업무연관 관계가 높은 금융사들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경우 손해배상과 당국의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작년 호주부동산 펀드 부실실사 의혹, 독일 국채금리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독일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상환지연, 라임 환매 중단 등의 사태로 투자자 손실, 불완전판매ㆍ위험관리 미비 등으로 인해 증권사의 평판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높고, 소송전으로 확대될 위험도 크다"면서 "사업안정성이 저하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