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그림...김원일의 그림 읽기
소설가의 그림...김원일의 그림 읽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6.0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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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명화>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김원일 소설가 마음에 담긴 그림 46점이 담긴 <내가 사랑한 명화>(2018.문학과지성사)는 그림 이야기이기도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소설가가 바라보는 그림에는 노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그래서 미술관 답사나 그림 읽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림에 뒤따르는 에피소드를 언급하고 배경을 이야기하지만,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 또 다른 이야기를 생산한다. 이를테면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마주한 순간이 그렇다.

유년시절 소설가의 집 큰방 방문 위에 가족사진 대신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복사판 그림이 있었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낭만주의자인 아버지가 걸어놓은 그림이었다. 어른이 되어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주한 ‘이삭 줍는 여인들’에 친근감을 느낀 이유다. 이어 따라오는 아픈 기억들은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념주의자였던 아버지는 지서와 민청의 들볶임에 고향을 등졌다. 오밤중에 집으로 숨어든 아버지를 체포하러 순경들이 구둣발째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던 기억, 온 집안 식구가 서울로 나가야 했던 일, 같은 해 피란민 신세로 가족과 떨어져 주막집에 얹혀 지내야 했던 시간은 밀레 그림에 서린 소설가의 이야기다.

책은 렘브란트의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으로 문을 열어 로댕, 르누아르, 쿠르베, 고갱 등으로 이어진다. 화가들의 작품과 생, 거기에 투영된 소설가의 이야기까지 담겨 묵직하다.

한편, 김원일 작가는 대구 중구 종로통을 배경으로 한국전쟁 이후 당시 피란민들의 삶을 상세히 묘사해 명작으로 꼽히는 <마당 깊은 집>의 저자다. 18년 전 <그림 속 나의 인생> 개정판으로 일부 다듬고 보충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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