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안엔 '개-박쥐-거미 감각' 있다
사람 안엔 '개-박쥐-거미 감각' 있다
  • 김현태기자
  • 승인 2011.03.1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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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프레임'...잠재된 감각 능력의 재 발견

 

[북데일리] 시각장애인들이 단체로 산악자전거를 탄다?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니,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음파 탐지 능력’ 덕분이다. 이걸 좀 더 가까운 일상에서 파악할 수도 있다.

‘아침 회의에 늦은 한 남자가 정신없이 복도를 걷는다. 한 손에는 회의 자료를 들고 훑고 있다. 그는 회의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고서도 복도의 모퉁이와 정수기, 쓰레기통, 다가오는 동료, 복도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그 외 모든 장애물들을 능숙하게 피해 간다. 남자의 길은 소리에 의해 안내되고 있다. 그 남자가 피해 가는 장애물의 대부분은 소리를 내지 않거나 낸다고 해도 아주 작은 소리만 내고 있다. 따라서 남자가 이 장애물들을 감지하는 것은 그것들이 반사하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감 프레임>은 무엇보다 예민한 지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기 눈길을 끈다. 와인감정가는 와인의 맛만 보고도 빈티지를 알아맞힌다. 어떤 낚시꾼은 낙싯줄을 타고 전해지는 느낌만으로 잡힌 고기의 종류와 성별, 나이까지 알아낸다.

사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보다 더 중요한 부분, 즉 평범한 사람이 가진 능력도 대단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예컨대 음식은 시각과 후각 외에도 바삭거리는 소리, 감촉, 모양, 온도 등에 따라서 음식의 맛이 완전히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시각은 더 그렇다. 우리는 얼굴의 아주 미묘한 모습과 작은 움직임까지 상세하게 파악한다. 얼굴을 통해 사람의 생식 잠재력, 유전적 건강, 감정 상태, 말에 담긴 의미, 그리고 정체에 대한 정보까지 파악한다.

보통 사람은 시각과 청각에 의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촉각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이른바 ‘타도바법’이다. 상대방의 얼굴을 만지며 신호를 보내 대화를 하는 방법이다. 헬렌 켈러는 이 방법을 사용했던 대표적인 시청각 장애인이다. 이 방법은 상대방의 감정 표현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하는 말이 일치하는지의 여부도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특이한 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음을 통해, 우리 능력을 어떻게 계발하느냐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부분이다.

‘우리의 의식 바로 아래, 그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또 하나의 평행 세계다. 그곳은 진화론적인 유산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세상이다. 우리 안의 박쥐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듣는다. 우리 안의 토끼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협과 예상되는 사건들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안의 개는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를 알아내고, 우리 안의 쥐는 그 냄새를 바탕으로 가족과 생식력과 가임 여부를 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안의 거미는 상대를 직접 만져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우리 안의 개똥벌레는 타인과 동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 안의 원숭이는 얼굴만 보고도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 있게 해주고, 타인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모방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안의 족제비는 신경계에 내재된 신경가소성을 통해 이런 능력들을 미세하게 조종하게 해준다.'(4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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