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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샘과 눈물샘 동시에 자극하는 음식 일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루페 박세리 기자ldadawriting@whitepaper.co.krl승인2018.05.08 14: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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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 아내의 마지막을 좀 더 붙잡고자 부엌에 섰던 남편의 음식 일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루페.2018)를 향한 서효인 시인의 추천사다. 가장 정확한 한 줄 서평이 아닐까.

책은 암으로 항암 치료 하는 아내를 위한 요리 레시피를 담은 음식 이야기다.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밖에 없었던 인문학자 남편은 병이 깊어가는 아내의 부탁에 부엌에 섰다. 남편은 시금치나 냉이를 어떻게 씻어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다. 잎을 씻어도 흙은 계속 나왔다. 시금치는 뿌리 부분을 가르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하지만, 부엌일은 그만큼 낯선 영역이었다.

더뎠지만 조금씩 할 줄 아는 요리도 늘었다. 볶음밥, 잡채, 갈비탕, 돔베 국수, 해삼탕까지 등장한다. 잡곡밥을 지을 때는 상황버섯 우린 물을 썼고, 응급실과 수술실 호스피스 병동을 오가며 좀처럼 먹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스무 가지 넘는 채소를 몇 시간씩 고아 채소 수프를 만들었다. 아내는 남편이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만 조금 ‘넘길’ 수 있었다.

정확한 계량을 수록하진 않았다. 자기 연민의 감상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지도 않는다. 재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요리 과정을 정리한 60여 개의 레시피와 요리하면서 느낀 짧은 감상만 보면 그저 요리책 같다. 다만 “오늘은 아내가 맛있게 먹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며칠째 제대로 음식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움만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는 문장에서 아픔과 슬픔이 새어 나올 뿐이다.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내가 떠난 후 남편은 아들 밥상 차리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고명까지 올리는 국수도 해먹는다. 그리고 묻는다. “이러라고 아내는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었던 것일까?” 사십 년을 함께한 사람과 이별한 슬픔을 어찌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 정혜인 강창래 부부, 사진 강영호 (사진=루페)

아내의 기억을 영원히 살려두고 싶어 음식 일기를 쓴 남편은 인문학자 강창래 씨다. 아내는 알마 출판사 정혜인 전 대표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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