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의 돔' 오묘한 건축공학
'석굴암의 돔' 오묘한 건축공학
  • 김현태기자
  • 승인 2011.02.13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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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교수 발로 뛴 답사기... 아는 만큼 보인다

[북데일리] ‘아는 만큼 보인다.’ 아마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명제라는 데 모두 동의할 터이다. 이 문장은 여행과 관련지어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 문화에 이르면 더욱 절실해진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문화유산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경주-신라가 빚은 예술>(한울. 2010)은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필독할 책이다.

저자 최준식 교수는 학생들을 이끌고 수십 차례 경주를 답사했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학자가 발로 뛴 보고서인 만큼, 경주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려준다.

책은 ‘왜 경주인가’라고 묻으면서 시작한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였고, 당시엔 세계적인 도시였다. 책에 따르면 ‘서양의 입장에서 경주는 지구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 정도로 여겨지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실크로드 문화사를 연구하는 한양대의 이희수 교수에게서 들은 말이 기억난다. 세계 4대 고대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콘스탄티노플의 귀족 부인들 사이에서 어떤 머리핀이 유행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머리핀이 경주에 사는 귀족 부인의 머리에 꽂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물품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경주에 전해졌을 것이고, 아마도 그 일부는 일본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11~12쪽)

경주는 한마디로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유적이 도시 곳곳에 고르게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을 파든 아직도 유물이 나오는 지역이 많다.가장 중요한 유적인 국보만 해도 33점이 있다. 중요도에서 결코 국보에 뒤지지 않는 보물도 83점이나 있다. 그런가 하면 보존해야 할 장소인 사적은 77곳이나 된다. 국가지정문화재도 316점이다. 고분 역시 수백 기다. 이런 까닭에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책 ‘경주’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하게도 석굴암이다. 알다시피 석굴암은 천연석굴이 아니라 인공석굴이다.

석굴암의 돔(내부) 사진제공 오세윤 54쪽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한국에 와서 답사를 할 때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건축물이 몇 개 있는데 석굴암이 그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들은 특히 석굴암의 예술적인 미보다 건축의 구조를 보고 놀란다고 한다. 47쪽

구조에서 가장 먼저 언급할 대목이 석굴암의 ‘돔’양식이다. 책에 따르면 석굴암의 돔은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돔을 구성하는 돌은 모두 360여 개. 다른 나라 석굴과 달리 석굴암은 돔 위에 수많은 돌과 흙을 덮었다. 천연석굴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 돔보다 공학적으로 훨씬 더 견고하게 지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돌 사이에 쐐기 같은 것을 30개가량 박아놓는 방법이었다. 역학적으로 보면 이 쐐기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돌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돔 구조를 훨씬 튼튼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개로 막듯이 천장 한가운데를 연꽃 형상의 돌(연화문 천개석)로 막았다. 50쪽

석굴암에 대한 이 설명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한다. 석굴암의 비밀에 좀 더 다가가,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이처럼 책엔 우리 문화 유산과 유물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 깨닫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소중한 정보가 담겨있다. 경주를 방문할 일이 있거든 필히 이 책을 들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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