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뭐 하는 분이세요?” 직업 묻는 속마음
[30초 책읽기] “뭐 하는 분이세요?” 직업 묻는 속마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1.31 0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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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국사회에는 관계 맺기에 단계가 있다. 이름, 나이, 출신학교에 이어 직업까지 알고 나면 상대와 어느 정도 관계 맺기 단계에 돌입했다 여긴다. 그런데 “뭐 하는 분이세요?”라 직업을 묻는 바로 이 대목의 심리를 심리학자가 날카롭게 분석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상대의 성격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직업(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방의 수입)부터 알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초면부터 노골적으로 “연봉이 얼마예요?”라고 물어보기는 좀 민망한지라 “뭐 하는 분이세요?”라 돌려 묻곤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왜 상대의 직업부터 알고 싶어 할까. 이유는 직업을 파악하지 못하면 상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직업, 즉 돈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태도를 정하는 데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상대의 직업이 자기보다 더 잘 버는 것이면 다소 주눅 들어 위축되거나 상대와 친하게 지내서 손해 볼 일은 없으므로 친절하게 대한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자기도 모르게 우월감이 주는 은근한 쾌감에 취하기 쉽다. 설가 이 정도까지 아니라도 상대를 꼿꼿한 자세로 대하며 친하게 지낸들 별로 유익할 게 없으므로 사무적으로 대하거나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가매나무.2018 )중에서. 일부 수정.

저자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대인 관계 방식은 상대를 돈으로 평가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전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자각조차 못하는 한심한 상태라 일갈했다. 그가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데는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풍조가 초래하는 심리적 문제가 결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을 연봉이나 직업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로 차별하고 공격하는 반인간적이고 병리적인 풍조가 만연하면, 타인의 인정을 기반으로 생기는 자존감이 상실된다. 이는 공동체의 붕괴, 고독의 일상화로 이어지는 절차를 밟는다. 악순환의 고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뭐 하는 분이세요?” 질문에 숨은 사회적 풍조를 꼬집는 저자의 눈길이 매섭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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