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은 사랑의 수, 9는 슬픔의 수?
6은 사랑의 수, 9는 슬픔의 수?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10.09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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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얽힌 정보와 지식 모은 '1에서 9까지'


[북데일리] 1이란 숫자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아마 엄지손가락(넘버 원)부터 유일신까지 최초와 최고를 동시에 떠올린다.

<1에서9까지>(앤드류 하지스. 2010)은 제목처럼 1부터 9까지 아홉 개의 정수를 온갖 정보와 지식을 동원해 소개한다. 먼저 숫자 1에 대해 '사랑받지 못한 수'로 첫장을 시작했다. 왜 1은 사랑받지 못할까. 이는 1이 숫자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수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언제나 이야기가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어서 마치 모두가 즐기고 있는 축제의 방해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쪽

저자는 수를 좀 쉽게 생각하자고 전한다. 특히 산수에 대해 수학이라기 보다 '살아가기 위한 필수 기술' 정도로 분류하자고 제안한다.

"셈을 할 줄 모르면, 시계나 달력, 저울을 볼 때도, 쇼핑을 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도, 친구랑 더치페이를 할 때도, 내가 빌린 돈에 이자가 얼마나 붙었는지 계산해야 할 때도, 나아가 세금 신고를 할 때도 엄청난 불편을 겪을 것이다." 

1~9중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3이다. 한마디로 위대하다. 무언가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한다면 정말 대단한 이야기이기 때문. 또한 6은 사랑이란 단어로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라틴어에서 수 6six은 ‘섹스sex’를 뜻한다.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인 ‘amore’는 단수 뒤에 올 경우, ‘amo(1인칭, 내가 사랑하다)’ ‘amas(2인칭, 네가 사랑하다)’ ‘amat(3인칭, 그/그녀가 사랑하다)’로 변화하고 복수 뒤에 올 때는 ‘amamus(1인칭, 우리가 사랑하다)’ ‘amatis(2인칭, 너희가 사랑하다)’ ‘amant(3인칭, 그들이 사랑하다)’로 변화한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모두 여섯 가지 변화 형태를 가지는 셈이다."

반면 7은 보통 행운의 숫자로 사용되지만 서양에선 까다롭고 '열외'적인 수다. 5로 만든 오각형은 별의 중심축이며, 6을 가지고 만든 축구공의 한 면을 만들 수 있으나 '칠각형'은 낯설다. 이를테면 음악에서 제7화음은 평균율에서 가장 벗어나는 최악의 화음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7일이듯, 7은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간직한 신비스런 수다.

9는 마지막 숫자다. 마지막이 늘 그렇듯 슬픔을 동반한다. 책에 따르면 베토벤은 교향곡 제10장의 작곡을 막 시작했을 때 죽음을 맞았다. 안톤 브루크너(1824-1896)는 제9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베토벤과 브루크너가 9라는 수를 접하면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작곡가 말러(1860-1911)는 아홉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기가 두려웠다. 그는 아홉 번째 교향곡이었던〈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de〉를 제9 교향곡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어 실제로는 열 번째 교향곡에 제9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9번째 교향곡의 저주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저자는 '9의 매력은 인류의 근본적인 희망을 담은 수라는 데 있지않을까'라고 묻는다.

인도 유럽계의 언어에서 9는 ‘새롭다new’라는 뜻을 가진다: 라틴어의 novem(9)/novus(새롭다), 독일어의 neun(9)/neu(새롭다), 프랑스어의 neuf(9)/neuf(새롭다). 9는 마지막과 시작을 동시에 뜻하는 수인 것이다. 실제로 유라비아의 10진법은 9로 시작한다. (358-359쪽) 

1에서 9. 이 숫자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숫자를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학지식의 깊이에 따라 이 책의 평점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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