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허블은 마당발-권투선수
천문학자 허블은 마당발-권투선수
  • 김지우기자
  • 승인 2010.09.20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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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서 가장 듣고 싶은 교수가 쓴 '과학의 고전들'

[북데일리] 죽기 전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책 중 한 분야는 과학이다. 읽어 놓으면 삶이 편하다. 뇌에 적립한 지식이 있기에 과학 책이 난해하지 않다. 친근하다. 그 반대일 경우, 늘 마음이 개운치 않기 마련이다.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부키. 2010)은 과학책 읽기를 재촉한다.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은 조급함마저 안겨준다.

이 책은 <종의 기원>부터 <대륙과 대양의 기원>까지 14권의 과학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매 장마다 함께 읽을 책을 여러 권 따로 덧붙였다. 따라서 독자가 소개받을 책은 적어도 50권은 넘을 듯 싶다.

수록된 책들은 세계를 움직이고 역사를 만든 위대한 유산이다. 과학이 미친 영향력을 고려하면 시대의 사상과 종교 혹은 철학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칸트나 아인슈타인 외에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이나 곤충과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 야콥 요한 폰 윅스퀼이 눈에 띈다. 과학사에 있어 꼭 알아야 할 에피소드와 선정된 책의 의의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일부 대목에선 매우 신기하게 느껴질 법하다. 에드윈 허블의 경우가 그렇다.

망원경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허블. 실은 그는 '코페르니쿠스 이래 천문학계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인물'이다. 허블이 1924년 발표한 '안드로메다 대성운은 우리 은하에 있지 않다'는 내용은 우리만의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는 이야기다. 복수의 우주. 당시로 보면 경천동지할 이론이다.

허블의 업적은 노벨상 기준을 뛰어 넘었다. 그러나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 천문학은 노벨 물리학상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게다가 허블은 노벨 물리학상의 범위를 천문학까지 넓히자는 움직임이 있던 중 63세의 나이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그로 인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장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징크스처럼 허블에게도 적용되어 버렸다'고 전했다.

책에 따르면 허블의 삶은 천문학자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다. 허블은 별과 함께 밤마다 고독을 씹으며 살았을 듯 싶지만, 의외로 마당발이었다. 취미는 낚시. 또한 프로선수 못지 않게 권투를 즐긴 만능 스포츠맨이었. 저자의 말에 의하면 "슈퍼맨'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을 사람"이었다.

책에 수록된 고전이 중요한 까닭을 알기 위해선 “만약 집필되지 않았다면” 하고 가정해보는 일이 가장 빠르다.

즉,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인간은 더 오래도록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또한 <이중나선>이 아니었다면 유전자의 본질과 게놈 치료의 세계에 현재처럼 빨리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꼭 읽어야 할 과학의 고전을 그 어떤 책보다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저자는 일본인이다. 교토대 학생들이 뽑은 '가장 수업 받고 싶은 교수' 1위라는 그는 이름도 낯선 화산학 전공이다. 이 책엔 저자가 어릴 적 과학책을 읽고 느낀 단상이 소개되어 있다.

<이중나선>의 일본어 번역본이 출간되자 과학 선생이 겨울방학 도서로 그 책을 지정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자는 일반인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이중나선> 번역 초판본을 읽었다. 그 책은 저자가 최초로 읽은 과학책이기도 했다. 저자의 말.

"<이중나선>을 처음 읽고 나는 금세 DNA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자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교한 세계인지... 생물학의 기본 문제를 화학자와 물리학자가 함께 해명했다는 것에도 적잖이 놀랐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판명된 DNA구조란 실로 아름다웠다. 생물학이 자연과학의 중심이 될 것임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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