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돈 감식 1인자의 진짜 인생
가짜 돈 감식 1인자의 진짜 인생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9.0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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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시인 서태석 씨...신기한 능력 뒤의 일화들

[북데일리] 사람의 능력이 기계나 여타 방법보다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체스가 그렇고 병아리 감별이 그렇다. 위폐라면 어떨까. 기계가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깨는 이가 있다.

1981년 ‘미화 200만 불 사건’이 뉴스를 통해 인구에 회자됐다. 미국 FRB에서 수입한 200만 불이 모조리 위폐로 밝혀졌다. 이를 판별해낸 사람이 바로 서태석 씨다. 이 사건으로 서씨는 우리나라의 외화감식 수준을 해외에 알렸으며 ‘청백 봉사상’을 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화 뒤에 숨은 긴장과 용기를  알지 못한다.

<서태석의 진짜 인생>(2010. )은 이 사건에 대한 뒷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손발이 덜덜 떨려오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 순간 머릿속에 마치 흑백 영화처럼 여러 상황이 스쳐갔다.

'이 돈이 모두 가짜라고 말하면 내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시 위폐가 아니라 진짜라면 어떡하지?'] 24쪽

진실은 나중에 밝혀진다. 문제는 '육감'으로 감식하는 일이니 만에 하나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폐 감식은 남을 향한 용기와 나에 대한 믿음의 문제였다. 때문에 서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가슴에 새겨뒀다.

'자신을 믿는 것은 재능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곧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이다. 이것이 재능이다'-랄프 알도 에머슨

흔히 재능은 있지만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이가 있다. 혹은 재능 자체를 믿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재능은 꽃피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서태석 씨는 1999년 금융 분야의 '신지식인'에 선정되었고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표창을 받았다. 또한 미국 FBI 및 USSS(미 국토방위청 산하 비밀수사국) 위조지폐 정보교환 요원으로 위촉되었다. 이후 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하였다. 모두 자신을 믿은 결과였다.

그는 오랫동안 은행에서 40년 간 위폐감식 일을 했다. 하루 120만 달러를 기계보다 2배 빠른 속도로 감별하고, 첨단기계가 놓친 12만 3천 달러의 위폐를 찾아낸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연방은행이 위폐로 판정한 돈을 진폐로 입증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나는 온몸으로 진폐와 위폐의 차이를 느낀다.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다. 진한 곰팡이 냄새가 풍기거나 묘한 냄새가 섞여 있다면 그것은 진폐가 아니다. 다음으론 촉각을 느껴본다. 위폐는 진폐와 달리 거칠면서 감기는 감촉이 없고 매끈하다. 손가락으로 툭 쳤을 때는 또 어떤가? 톡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지 않고 둔탁한 소리가 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도구는 눈이다. 그는 화폐 대부분에 들어가는 인물 사진을 모방하는 일이 위폐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위폐 속 인물은 어딘가 어색하다. 인물의 표정도 진솔하지 않다.

'진짜 돈에는 표정이 있다. 그러나 가짜 돈에는 표정이 없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매끄럽다. 가짜 돈에는 진짜처럼 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저자가 인생 출발선상에 섰을 때 학력은 고작 중학교 중퇴였다. 그러나 위폐감식 능력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한 분야에 매진해왔다. 성공한 이의 자전적 에세이보다 더 빛나는 이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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