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열광해서 더 슬픈 책
일본이 열광해서 더 슬픈 책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0.08.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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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듯 쓴 일본 제국사 '쇼와사'... 우리는 왜!

[북데일리] 지난 8월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한국강제병합 100년과 관련하여 사과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진위(眞僞)에 대해 갑론을박하며 나라안팎으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쇼와사>(2010, 루비박스)는 일본에서 출간 이래 6년째 스테디셀러, 7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인데 역사를 따분한 학문으로 도외시 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쇼와’는 일본 히로히토 천황의 연호로서 1926년부터 1989년까지를 지칭한다.) 일본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6년 동안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일까?

일본은 국가패망의 충격과 그에 따른 극심한 빈곤을 경험했지만 결국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해냈다. 그러나 최근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인들은 의욕과 기력, 담력 모두를 상실해버렸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재기의 힘을 ‘쇼와사’에서 찾으려 한다. ‘쇼와사’는 그들 선조의 기상이 가장 웅비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시기(쇼와)에 일본이 두 번의 오일쇼크를 무난히 탈출했다는 점이다. 이 역사적 교훈에서 지금 겪고 있는 불황의 늪으로부터 탈출할 지혜를 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반성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중략) 일본인은 이때 정말 열심히 인내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세계를 뒤덮은 오일쇼크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일본의 재미있는 점입니다. 모두가 마음을 합하여 나가면 바로 궁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쇼와사 戰후편, P444>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가슴 아픈 우리 역사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이 쇼와사 시기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배경으로 한국전쟁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게 있어서 한국전쟁이 가지는 의미는 그야말로 신풍(神風)입니다. (중략) 한국전쟁은 일본 경제의 신풍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략) 전후 일본은 3년의 한국전쟁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쇼와사 戰후편, P245~248>

이 책은 일본 지성의 눈으로 발간된 역사서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 병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고 수없는 자원을 약탈해 간 노략질에 대해서는 교묘하게 언급을 피해 가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아쉬웠다.

“일본은 작고 긴 형태의 국토를 가진 국가입니다. 해안선이 긴 섬나라이기에 적국이 본토에 상륙해서 공격해 온다면 방어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끊임없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략) 일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조선반도에 일본 군대를 두어서 조선반도를 굳건히 지켜야만 하고... (중략) 결국 메이지43년에 병합이라는 강경수단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국력도 확실하게 다져지기 시작했습니다.” <쇼와사 戰전편, P20>

결국 역사 속에서 한반도는 일본의 제물로 처참히 농락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어찌하여 그토록 철저히 이용당해야만 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점에서 슬펐다.

우리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외면할 때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뀐 2005년도, 인문계 학생들의 국사과목 응시자 비율은 46%였었다. 그런데 올해엔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이 국사를 기피하게 된 이러한 참담한 결과에 대해 책임질 사람도 없고, 어느 누구 하나 개선할 방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무엇보다 국내엔 왜! 쇼와사와 같은 재미있는 역사서가 발간될 수 없는 것일까? ‘쇼와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눈앞에서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함 때문이었다. 다양한 사료와 직간접적인 경험, 어전회의 구술기록물, 특정 사건에 대한 신문, 라디오, 일기 등의 기록을 비교해 놓은 것이 그 비결이다. 결국 국사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기록의 힘이다. 나의 두 번째 슬픔은 기록문화 빈국에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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