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도마 위 알몸'의 기억
신달자 '도마 위 알몸'의 기억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0.06.0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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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고통...절절한 상처로부터 '치유의 힘'

[북데일리]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외롭고 씁쓸하고 우울해질 때가 있다. 포장마차에 들려 우동 한 그릇과 함께 소주 한 잔 털어 넣는데, 문득 말을 걸고 싶어도 부를 사람이 없을 때가 있다. 너무 바쁜 나머지 예약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로 이 세상은 넘쳐난다. 그럴 땐 신달자 시인의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문학의 문학, 2010)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맞은 편 빈자리에 이 책을 놓고 건배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저는 알몸으로 바짝 엎드렸습니다. 그저 가자미 한 마리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도마 위에 눕혀졌던 것입니다.” P163

신달자 시인이 암에 걸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문득 내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도려낼 부분 외에도 언젠가는 도려내야 할 부분까지 내 삶 전체는 온통 도려내야 할 것으로 넘친다. 하지만 그러자면 도마 위에 올라가야 한다. 내게는 도마 위에 올라갈 용기가 없다. 그러자 신달자 시인은 인생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며 이렇게 속삭인다.

“지금 여러분은 힘이 듭니까? 힘이 들어 도저히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바로 지금이 여러분 인생의 후반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5분 쯤 남았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래도 뛰어보십시오. 당신의 후반전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들 생의 후반전은... 그렇습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활짝 핀 웃음이 우리의 가슴에서 터질 것입니다. 바로 지금 당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견디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P252

마침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 왔다.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릴 때 까지 최선을 다해 뛰고 있을 우리 대표선수들을 그려본다. 설사 경기에 지고 있을 지라도 뛰는 것을 포기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마음 때문에 그들은 그토록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 누군가 열심히 뛰고 있다면 그 사람의 뒤에는 그를 믿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증거다. 믿음이 사라진 사회, 가족이 점점 붕괴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이 책은 나를 믿고, 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으라고 말한다. 용기 내어 도약하라고 부추긴다.

“모든 도약에는 후추 냄새가 날 것입니다. 목구멍에 확 불이 붙는 것 같은 매운 후추가 두 손을 꽉 쥐게 할 것입니다.” P275

바로 오늘 부터 목구멍에 후추 좀 들어부어야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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