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명화 한편 '당신도 미술팬'
날마다 명화 한편 '당신도 미술팬'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4.2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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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미술관>... 알고보니, 아하 그렇구나

 

[북데일리] 보통 사람에게 예술은 늘 눈높이 보다 높다. 클래식이 그렇고, 문학의 고전이 그렇다. 그림 역시 같은 범주다. 예술을 느끼기 위해선 일정한 교육이나 가이드가 필요하다. 조금 인내심을 갖고 공부하면 예술은 벗이되고 철친이 된다.

<아침 미술관>(21세기북스. 2010)는 이명옥 사마나미술관 관장이 쓴 그림 안내서다. 6개월간 매일 1편씩 감상할 수 있도록 181편의 그림을 담았다. 이 작품에 앞서 저자는 <그림 읽는 CEO>로 유명세를 냈다.

책은 한마디로 그림을 활용한 자기계발이다. 창의력, 감성, 통찰력. 그림을 통해 이런 단어와 친숙하길 바라는 듯하다. 그림은 예술이고, 예술은 창조다. 이명옥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책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낯익은 그림과 처음 보는 그림. 그 사이에 있는 독특한 그림 몇 개에 시선이 머문다. 이를테면 안창홍 화가가 그린 <불사조>(1985, 종이에 채색)가 그렇다. 하얀 새가 목에 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순간을 그렸다.

 

화가 안창홍에 따르면 '눈을 부릅뜬 채 숨져가는 새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희생당한 민주투사들의 영혼, 배경의 붉은 색은 희생자들의 숭고한 피, 새의 목을 관통한 3개의 화살은 공권력을 상징한다'.

그림은 죽음과 생명의 탄생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합일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하얀 새는 비록 처참하게 죽어가지만 어미의 배를 가르면서 수많은 새끼 새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민주투사를 죽인 대가로 수많은 미래의 민주열사들이 탄생한다면 제아무리 서슬 푸른 독재 권력일지라도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을까요.] 0111쪽

이와 함께 이 책은 '그림의 재발견'을 안겨준다. 김홍도의 <맹호도>는 우리가 익히 알던 그림이다. 소나무 밑에 용맹스런 호랑이 한 마리가 으르렁 대는 형상. 이 맹호도는 대표적인 동양화이자 한국화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두고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화면 밖을 응시하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공격 자세를 취합니다. 놀랍게도 호랑이의 육중한 몸체에서 무게감과 함께 민첩함이 느껴집니다. 그림에서 상승과 하강의 리듬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화면 위쪽으로 휘어지는 호랑이 꼬리와 화면 밑으로 내리뻗는 소나무 가지가 닮은꼴이거든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호랑이의 특성을 이처럼 실감나게 묘사...]

재미있는 그림이 빠질 리 없다. 저자는 '매화의 의미'란 제목으로 그림 하나를 묘사했다. 매화는 기품이나 정절을 상징하는 나무다. 추위를 이겨내고, 겨울 끝자락에 태어나는 첫 봄꽃인지라 선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 속의 매화는 수많은 잔가지 사이에서 화사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꽃없는 이른 봄 홀로 피는 매화의 고적한 항취와는 거리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세히 보면 이 하얗게 핀 꽃은 매화가 아닌 팝콘이다. 재기발랄한 눈속임.

"신세대 예술가답게 그녀는 매화가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팝콘 매화로 표현한 것이다" (0228쪽)

요즘엔 그림, 건축, 음악, 과학과 같은 전문 분야에 뛰어난 이야기꾼이 독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맛깔스런 글의 성찬을 차려준다. 저자 역시 보기드문 달필이다. 스토리텔링과 사유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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