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머프의 나라' 달콤한 벨기에
'스머프의 나라' 달콤한 벨기에
  • 서유경
  • 승인 2010.01.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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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선물하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

[북데일리]<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로 여행 에세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백승선, 변혜정이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가치창조, 20101)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작을 만난 사람이라면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을 마주하고 나처럼 설렐 것이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 사진만으로도 이국의 아름다움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어떤 벨기에를 담았을까 더 궁금했다. 과연, 어떤 달콤함이 있을까.

 벨기에,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초콜릿과 와플이 유명하다는 것 조차, 몰랐다. 책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시작으로, ‘손’의 도시인 ‘안트베르펜’, 평범함의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도시 ‘브뤼헤’, ‘꽃’의 도시라 불리는 ‘겐트’을 보여준다. 

 중절모자를 쓴 사내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인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이 있는 도시, ‘브뤼셀’. 네로와 파트라슈의 우정이 아름다웠던 <플란다스의 개>, 지금도 떠오르는 랄랄라 랄랄라 랄랄랄라의 <개구쟁이 스머프>가 바로 벨기에에서 만든 만화였다. 거기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과, 만화 박물관까지 있다니. 브뤼셀에 가면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수 있으리라. 곳곳에서 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는 도시 ‘안트베르펜’. 거대한 손을 보자 포항 호미곳의 상생의 손이 떠올랐다. 두 손은 다른 의미를 지녔겠지만, 왠지 더 반가웠다.

 

 중세 시대의 견고한 성과 같은 모습을 간직한 운하의 도시 ‘브뤼헤’는 정말 아름다웠다. 예쁘게 벽에 장식된 번지수 표지, 섬세하고 정교한 전통 공예인 브뤼헤의 레이스, 여전하게 바람 따라 돌고 있는 풍차는 한 편의 투명한 수채화였다. 자전거가 가득한 도시 겐트에선, 자전거를 타고 강가를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중심을 벗어난 외곽이라 할 수 있는 소도시 켄트는 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쉬이 떠나지 못하는 멀고 먼 나라, 벨기에의 숨결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책이었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는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추억이었다. 부뤼셀에서 만화를 만났을 때, 파스타를 먹을 때, 이국의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해가 지는 강가에서 저자가 추억하는 어린 시절이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그리움, 그것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우리는 슬픔을 견디기 위해, 무언가를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발견한다. 어디서나 만나지는 삶, 계속되는 삶을. 그로 인해 어떤 힘을 얻어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음을. 한 권의 아름다운 여행 에세이가 잊고 있었던 추억을 선물한다.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달콤한 벨기에를 알려주고 싶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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