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좋은 붓의 네가지 덕목... ‘원(圓), 건(健), 첨(尖), 제(齊)’
[책속의 지식] 좋은 붓의 네가지 덕목... ‘원(圓), 건(健), 첨(尖), 제(齊)’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9.12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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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붓> 정진명 지음 | 학민사
▲ 붓 끝이 뾰족하고 가지런한 붓이 좋다. 위의 붓이 좋은 붓.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는 붓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붓글씨를 오래 해왔다는 이들도 좋은 붓이 가져야 할 덕목은 잘 모를 터다. 위 사진에서 어느 붓이 좋은 붓일까.

답은 위쪽 가늘고 뾰족한 붓이다. 옛날부터 붓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좋은 붓의 네 가지 덕목 ‘원(圓), 건(健), 첨(尖), 제(齊)’ 중 첨(尖)을 갖춰서다.

첨(尖)은 뾰족함을 이른다. 붓은 뿌리 부분에서 끝으로 가면서 점차 가늘어져야 하는데 붓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는 것은 수명이 짧다. 흔히 붓장이들은 “아무리 큰 붓도 세자(細字)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圓)은 뜻 그대로 붓 모양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둥그스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健)은 붓털의 굳셈과 부드러움을 말한다. 붓글씨를 쓸 때 붓끝이 갈라지거나 펴지지 않으려면 붓털의 허리 부분은 탄력이 좋아야 하는데 동시에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허릿심이 좋아야 한다.

또 붓끝이 가지런해야 한다는 제(齊)는 붓을 눌러보면 알 수 있다. 붓을 눌러서 펼쳤을 때 붓끝의 털들이 같은 길이를 유지하고 있다면 덕목을 갖춘 셈이다. 길이가 같아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모든 붓털이 같은 힘을 받게 돼서다. 단, 큰 붓에는 잘 해당하지 않는다. 큰 붓의 경우 짧은 털을 섞어서다. 한국 붓 전통에 대한 고집과 신념을 볼 수 있는 <한국의 붓>(학민사.2017)이 소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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