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얼룩진 베트남, 소설이 되다.
전쟁 얼룩진 베트남, 소설이 되다.
  • 서유경
  • 승인 2009.10.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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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작가 남 레이의 <보트> 어려웠지만 신선

[북데일리] 작가나 내용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이 책을 만나는 경우는 낯선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보기엔 먹음직스러워도 막상 내 입맛과는 달라서 두려운 음식들. 더우기 처음 접하는 외국 작가다. 과연 어떤 맛일까, 작가 남 레의 <보트>(2009, 에이지21)와 그렇게 만났다.

소설은 제 3세계의 영화나 음악을 만난 듯 신선했지만 어려웠다. 7편의 단편엔 14살 어린 나이에 벌써 살인을 저지른 소년, 참전으로 죽은 오빠를 영웅시하며 원자폭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 엄마의 병으로 인해 추억이 담긴 집을 팔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 가족 이야기가 있다. 

작가가 그린 가족은 위태롭고 위험했다. 모두 서로 닮은 듯 어둡고, 우울했다. 베트남 출생인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 소설은 바다 냄새가 강했고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수 백명의 목숨을 싣고 달리는 보트엔 삶과 동시에 죽음이 가득했다. 탈출하기도 전에 발각될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부르는 베트남 노래는 왜 이리 가슴 아픈지. 소설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삶이 지쳐있었고, 무거운 슬픔을 지녔다. 

단편 중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이라는 긴 제목의 소설이 그래도 쉽게 다가왔다. 소설을 쓰는 아들은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연인은 그런 아들이 이상하기만 하다. 소설가인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써주지 않기를 바란다. 역시나 베트남이 있었다. 베트남을 떠나온 아버지와 소설가의 삶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까.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성장했고 현재 미국에 소설을 쓰며 살고 있는 작가. 베트남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걸까. 전쟁으로 인해 베트남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소설로 쓰고 싶은 것도 베트남의 역사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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