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30만부의 힘은 역시 `블루오션`
`블루오션` 30만부의 힘은 역시 `블루오션`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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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뒷담화]④ ‘블루오션전략’ (교보문고)

2005년의 `블루오션`. `푸른 바다`라는 원래 뜻도 아름답지만 경제와 경영의 블루오션은 그 해안경계선을 넘어 정치-사회 분야로까지 의미가 넘쳐났다.

`대한민국 CEO들이 즐겨보는 책`을 넘어 유럽경영대학원(INSEAD)에서 전략 및 경영학을 가르치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집필한 <블루오션 전략>은 지하철 출퇴근길 20~30대 커리어우먼부터 노후를 설계하는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넘은 코드가 되어 출간 7개월여 만에 30만부가 팔려 나갔다.

`블루오션`을 한국에 심은 교보문고 교재영업팀 출판기획파트 김지희(40) 과장은 올해로 출판경력 13년차인 베테랑. 그를 만나 블루오션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 교보문고의 출판사업에 대해

김지희) 교보문고와 출판사는 함께 출발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 같은 대학교재들을 많이 만들었고 저 역시 해외에서 수입되는 이공계통 원서교재의 한국어판을 출간하는 주 업무를 상당기간 맡았습니다. 그러다 단행본 업무를 맡게 되면서 ‘블루오션전략’을 담당했습니다. 이 책의 기획아이디어는 상무님이 신문에서 실린 김위찬 교수님 기사를 보고 정보를 줬습니다. 에이전시를 통해 하버드대에서 나온 정보지를 받았고 해외 신간 코너에 올라온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을 발견했을 때 매우 반갑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후 우리가 적극적으로 접근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 ‘블루오션전략’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의 유명 매체의 베스트셀러였다. 판권을 둘러싼 경쟁 상황은

김지희) 교보문고가 선정된 이유는 대학교재 시장의 장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오션 전략’을 교재로 만들어 경영-경제학에 새로운 연구분야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판기획안에 담았습니다. 다른 출판사들 역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출판 기획전략과 마케팅 노하우에 대해

김지희) 이 책은 경영전략서입니다. 비즈니스맨이야 당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반 독자들도 미래를 준비할 때 중요한 `인생 참고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체 강연회와 함께 역자 강혜구씨를 연사로 초청해 일반강연회를 많이 열었습니다. 지방일수록 그 반응이 뜨거웠고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접근해간 방식이 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과 부담을 없애 줬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공동 저자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김지희) 김위찬 교수가 미국 미시간대에서 강의할 때 마보안 교수는 학생이었습니다. 이젠 학문적인 동지가 된 두 사람은 매우 절친한 관계로 공동 연구와 공동 집필을 많이 했습니다. 김위찬 교수는 2004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하버드대가 주관하는 ‘블루오션 전략’의 출판권을 계약한 출판사들의 미팅이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저자의 친절하고 소박한 매너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절로 “책을 정말 성심성의껏 만들고 싶다” 라는 결심을 그 자리에서 갖게 됐습니다.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고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기자) 기획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지희) 책에 쏠린 주변의 관심 때문에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번역자는 김위찬 교수가 가치혁신 이론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지목한 강혜구씨였습니다. 나름대로 작업 기간을 충분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강씨가 가치혁신에 대한 강의로 바빠 출간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점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매번 “조금 더 좋게 바꾸고 싶다”고 하다 보니 일정을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사전마케팅으로 이미 홍보가 됐고 4월 7일을 D-DAY로 했기 때문에 점점 조바심이 났습니다. 퀵서비스가 안되는 일요일에는 번역자와 교정자 사이를 직접 퀵서비스를 하다보니 밤12시에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도 했습니다.(웃음) 강혜구씨에게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죠?” 라고 물어보면 알았다고 한 다음 시간이 되면 “조금 더 봐야 하는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럴 때는 또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편집자의 의무기 때문에 제가 분주히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책이 너무 잘 나와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자) 시원한 표지디자인에 얽힌 일화와 ‘블루오션’의 힘에 대한 생각은

김지희) 표지는 테두리가 있어서 조금 답답하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탁 트여 있는 이미지의 원서 표지 컨셉은 저자인 르네 마보안 교수님이 직접 냈습니다. ‘블루오션’의 푸른 파도는 아무도 밟지 않은 잔잔한 바다 이미지입니다. 그것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한글 폰트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쉽게 나오지 않았고. 카피까지 고민하다가 표지를 30장 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표지에 금색으로 붙어있는 ‘월스트리트...’ 부분은 원래 그 문구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만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김위찬 교수님의 희망과 성공을 위한 미래전략”이라는 카피가 들어있었는데 김위찬 교수가 그 카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습니다. (웃음)

김 교수는 “왜 나를 이렇게 띄우냐 나 개인의 연구 성과도 아니고 마보안 교수하고 50대50의 동등한 권리가 있는 콘텐츠인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걸 부각시키는 건 불필요하다.”며 “차라리 월스트리트자료 인용 같은 객관적인 문구가 더 낫다”라고 해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보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라고 요지였지요.

‘블루오션 전략’이 사회적인 화두가 된 이유는 현사회의 혼란과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누구나 고민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책 자체가 대안이 되지는 못하지만 어떤 역할은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책을 통해 꿈을 좀더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독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자) 어려웠던 상황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김지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념으로 버텨온 많은 출판인들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교보문고’라는 온실같은 환경에서 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치열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늘 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는 막상 그 고민을 오픈 시키면 의외로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았습니다. 경험상 힘들 때일수록 주변 사람들과 의논하는 것이 해결책을 줄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큰 보람을 느낄 때

김지희) 세태에 묻어간다고 할지 모르지만(웃음) 일일 판매량을 확인 했을 때, 지난주보다 혹은 전날보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올라갔을 때...(웃음) 많이 팔렸을 때... 기분 좋고 뿌듯했습니다. 특히 직장인들이 들고 다니는 것은 많이 보지만 젊은 여성들이나 나이 든 분들이 전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반가웠고 “이 책 제가 만들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기자) 기획자로서 포부와 교보문고의 계획은

김지희) 앞으로 교보문고는 사람들에게 ‘양식’이 되는 책들을 만들 생각입니다. 회사 목표가 ‘모든 사람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에 맞게 학교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교보문고의 계획입니다.

교보문고는 ‘블루오션 전략’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의 ‘블루오션’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일반 독자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않은 경제경영 관련 책을 대중친화적인 ‘강연회’ 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한국의 주요 화두로 성장시킨 범상치 않은 기획력이 돋보였다.

단독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함께 고생한 팀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며 포즈를 취하는 김지희 과장의 눈에서 자부심이 빛났다.

불안과 혼돈의 시대에 ‘지적 양식’을 만들어 나가는 출판기획자들의 손끝에서 제2, 제3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기대해 본다.

(사진 = 교보문고 교재영업팀 김동진 대리, 강수진씨, 정해준 대리, 황부현 팀장, 김지희 과장. 왼쪽부터)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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