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포토+] 악이란 무엇일까?...김상중 "텅 빈 마음에 깃드는 병”
[WP포토+] 악이란 무엇일까?...김상중 "텅 빈 마음에 깃드는 병”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6.09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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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김경윤, 강상중 책을 통해 강연
▲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강연중인 김경윤 인문학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악이란, 악의 힘이란 과연 무엇일까?’ 재일 지식인 강상중의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사계절. 2017)을 보면 이 물음이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최근 우리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를 통해 ‘소수 엘리트의 탐욕과 오만, 청와대와 재벌 사이의 유착이 낳은 부패와 타락, 막후에서 국정을 농단하던 인간들의 추악한 권력욕과 금전욕’을 목격했다. 이 모두를 악이라 규정할 수 있다.

지난 7일 저녁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인문학자 김경윤이 ‘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일산의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이자 도시농부, 20여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작가다. 작년 말에는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 <철학의 쓸모>, <장자>라는 3권의 책을 써 올 1월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테리 이글턴의 <악>과 강상중의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이 참고 도서였다. 김 작가는 “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그 사람의 인간성, 즉 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드러난다”는 강상중의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 다양한 영화를 통해 선과 악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

이날은 특히 ‘원더우먼’과 ‘악의 사제들’, ‘내부자들’, ‘악마를 보았다’ 등 악과 관련된 영화를 통해 강의를 함으로써 더 쉽고 흥미로웠다.

강상중은 책에서 에리히 프롬의 <악에 관하여>라는 저서 속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죽음, 파괴, 폭력을 향한 인자, 악)’와 ’바이오필리아Biophilia(사랑, 생을 향한 생산적이며 생명력있는 인자, 선)’를 이야기 한다. 이 둘은 항상 모순으로 존재하는데,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조건에 따라 네크로필리아와 바이오필리아 중 한쪽으로 기울어져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평화로운 시대가 오기도 한다는 것.

이때 악을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바로 ‘안전’, ‘정의’, ‘자유‘다. 이 조건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네크로필리아’와 ‘바이오필리아’의 배합 비율이 변한다.

김 작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이 바로 이 세가지, ‘안전’, ‘정의’, ‘자유’였다. 그런데 촛불집회는 그것을 가장 억압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네크로필리아 대신 바이오필리아를 선택한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없던 믿기 힘든 현상이다. 싸우지는 않지만 소리는 내는 완벽한 바이오필리아를 작동시킨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 '악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들려주는 김경윤 작가

강상중에 의하면 악이란 결국 “‘텅 빈’ 마음에 깃드는 병”으로 “악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가운데 자신의 자유로움을 지루하게 느끼는 괴로움 속에” 깃든다. 이때 우리를 변화시키고 악을 극복하려면 결국 세계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강의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낳은 나치 독일, IS의 이슬람원리주의, 의료사고와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악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자기 자신을 절대 선 혹은 절대 진리로 이야기할 때 악이 만들어지는 아이러니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 작가의 강의는 ‘지역서점을 살리자’라는 취지로 매월 첫째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에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늙음’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주제가 다소 무거워도 강의 분위기는 절대로 무겁지 않게 이끄는 재주가 그에게 있다. 또한 통기타로 노래하는 ‘유기농밴드’가 사전 공연을 통해 강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 강연 전 아름다운 노래로 분위기를 밝게해 주는 통기타 듀오 '유기농밴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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